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베스트셀러

울프팩 2010. 4. 18. 11:43
이정호 감독의 '베스트셀러'는 미스터리보다 괴기물에 가깝다.
얼개는 추리 소설의 형태를 따라가지만 내용은 '전설의 고향' 같은 괴담이다.

그만큼 이야기의 전개에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가 있지만, 너무 늘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와 분위기로 긴장감을 몰아가려는 의도였겠지만 유장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관객의 진을 빼놓는다.

그렇다보니 후반부에 급격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반부와 반대로 비약이 심하다.
관객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야기의 해결을 위해 너무 무리하고 급격하게 진행시켰다는 느낌이다.

결국 논리적 전개에 구멍이 뚫리다보니 미스터리의 지적 유희를 놓치고 괴담으로만 치닫고 말았다.
그렇다고 괴담이 아주 몸서리쳐질 만큼 무서운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미스터리도 아니요 괴담도 아닌 어정쩡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표절이라는 소재를 굳이 작품에 대입하지 않아도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없는 만큼, 사족 같은 느낌이다.
비단 표절 작가가 아니면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 표절의 사회적 문제점을 짚어내려는 메시지도 없기 때문이다.

배우 엄정화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것이 눈에 보이지만, 캐릭터를 잘못 만났다.
선병질적인 캐릭터의 히스테리컬한 상황은 배우의 진만 빼놓았다는 느낌이다.
엄정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오로라 공주'같은 웰메이드 작품을 기대했지만 훨씬 못미쳤다.

기억에 남는 것은 초반 카메라 움직임이다.
초반 달리는 자동차 안 카메라 앵글을 보면 할리우드 영화처럼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이의 시선에서 엄마를 올려다보고, 엄마의 시선에서 아이를 넘겨다보는 앵글은 45도 사선으로 움직인다.
묘하게 기울어서 올려다보거나 비껴보는 앵글이 신선하면서도 세련됐다는 느낌이다.
저수지 위를 훑으면서 달리는 자동차를 내려다 본 부감샷이냐, 인물들의 시선을 쫓는 쇼울더 샷 등에서 감독이 앵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깡패같은 애인  (2) 2010.05.24
임상수 감독의 '하녀'  (6) 2010.05.17
의형제  (8) 2010.02.12
아바타  (10) 2009.12.24
여배우들  (6) 200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