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블리트 (SE)

울프팩 2006. 10. 9. 21:53

할리우드 배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1980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맥퀸이다.
이유는 그의 얼굴 때문이다.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주름진 그의 얼굴은 세상살이의 험난함이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얼굴 가득 여유와 달관의 낙천적인 기운이 흐른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위기 상황이 펼쳐져도 그라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황야의 7인' '대탈주' '게터웨이' '타워링' '빠삐용' 등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랬다.

바로 그 고단함과 여유가 혼재한 얼굴이 좋아서 세상을 떠난 지 26년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를 놓지 못한다.
중학생이었던 80년,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당시 DJ를 본 배우 강수연이 그의 죽음을 알리던 멘트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채 엇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피터 예이츠 감독의 '블리트'(Bullitt, 1968년)도 스티브 맥퀸이 있기에 절대 버릴 수 없는 작품이다.
내용은 증인 보호를 맡게 된 형사 블리트가 뜻하지 않게 휘말린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야기는 그다지 재미있는 편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자동차 추격장면 만큼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스티브 맥퀸이 직접 차를 운전하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추격 장면은 촬영과 편집이 감탄을 자아낼 만큼 훌륭하다.

아울러 이 작품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부분이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다.
이 작품의 음악은 유명 액션물의 음악을 두루 담당한 랄로 쉬프린이 맡았다.
그는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신시내티 키드'를 비롯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 시리즈, 이소룡의 '용쟁호투', TV시리즈 '스타스키와 허치', TV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음악을 두루 담당했다.
카를로스 자우라 감독의 걸작 '탱고'도 그의 솜씨가 발휘된 작품이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DVD는 새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화질이 보강됐으며 부록도 풍성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입자가 거칠고 지글거리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제작 연도를 감안하면 화질이 뛰어난 편이다.
특히 클로즈업의 선명한 영상은 요즘 작품 못지않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피터 예이츠 감독의 음성해설과 스티브 맥퀸에 대한 다큐멘터리, 스티브 맥퀸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간단한 영상물이 들어있다.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하므로 편하게 볼 수 있다.

<파워 DVD 캡처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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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티브 맥퀸. 그가 그립다. 결손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소년원을 들락거리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년기때부터 안해본 일이 없던 그는 해병대에서 하사로 제대한 뒤 배우가 됐다. 여러 작품에서 명연을 펼쳤던 그는 말년에 술과 여자, 코카인, 스피드에 미쳐 방탕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결국 한창 때인 50세에 '헌터'를 유작으로 남기고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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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블리트가 보호하던 증인이 살해당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스티브 맥퀸이 처음 제작한 영화였다. 이를 위해 그는 영화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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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퀸의 애인으로 등장한 재클린 비셋. 맥퀸은 피터 예이츠 감독의 '강도'를 보고 추격 장면에 매료돼 예이츠 감독에게 이 작품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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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츠 감독은 당시 할리우드 영화들의 배경이 LA일색이던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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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퀸은 자신을 배우가 아닌 '반응장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의 환경과 각종 소품,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반응하는 식의 연기를 즐겼다. 덕분에 그의 연기는 아주 자연스럽다. 상대역인 비열한 정치가를 맡은 배우는 '0011 나폴레옹 솔로'로 유명한 로버트 본. 그는 '황야의 7인' '타워링'에서도 스티브 맥퀸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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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츠 감독의 작품은 대사가 많지 않다. 분위기로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 또 자연스런 분위기를 위해 배우가 아닌 실제 직업인을 곧잘 기용했다. 이 장면의 의사와 간호사도 실제 의사와 간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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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 자동차 추격씬은 원래 대본에 없었다. 원래 대본은 LA가 무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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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광이었던 맥퀸은 스턴트맨 못지 않은 뛰어난 운전 솜씨를 발휘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운전한 사실을 알리려고 후진 장면에서 일부러 머리를 밖으로 빼 뒤를 보고 운전했다.
도회적인 느낌의 이 작품은 에드 멕베인의 추리소설 '87분서'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원작은 로버트 파이크의 '조용한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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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퀸 의상은 런던의 더기 헤이워드가 제작. 맥퀸은 영국 옷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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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앵글이나 망원 렌즈를 잘 살린 영상도 괜찮은 편. 이 작품은 조감독도 상당히 기여를 많이 했는데, 당시 조감독은 유명한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아들 팀 진네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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