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비 내리는 오타루

울프팩 2008. 10. 3. 14:44

여행은 새로운 곳을 찾는 기쁨 못지않게 예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즐거움 또한 크다.
북해도(홋카이도)의 예쁜 마을 오타루 여행이 그랬다.

올해 2월, 아내와 함께 찾았던 오타루는 펑펑 내리던 눈 속에 파묻힌 동화책 속 그림같은 마을이었다.
10월에 다시 찾은 오타루는 눈 대신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아니 오니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오타루는 역시 겨울 마을이었다.

고드름이 열매처럼 매달린 창고들이 늘어선 운하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서있던 예쁜 집들.
그리고 발자국이 곱게 찍히던 길과 따뜻한 커피, 달콤한 슈크림빵이 있던 마을.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당장이라도 나카지마 미호가 나타나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을 다시 보여줄 것처럼 온통 흰 색으로 뒤덮혔던 오타루는 태풍 15호의 영향으로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우산을 받쳐들고 예전 아내와 걸었던 길을 되짚으며 카메라를 들이대 봤지만 역시 겨울 마을의 아련함은 느끼기 힘들었다.

같은 곳이라도 계절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오타루는 겨울에 와야 하는 곳이다.
수확이라면 그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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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호남선...이 아닌 비 내리는 오타루 운하다. 하필 태풍 15호가 일본 열도를 비껴가는 바람에 비가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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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팔뚝같은 고드름이 줄줄이 매달려 있던 운하 주변 창고 처마에서는 고드름 대신 물방울이 떨어지고, 흰 눈이 펄펄 날리던 운하 위에는 빗방울이 가득했다. 여기에 바람까지 불어서 풍경이 더 할 수 없이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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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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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운하에서 바라본 데누카 골목. 눈을 털어내고 나니 마치 화장을 지운 여인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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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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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대신 타일 바닥이 들어난 데누카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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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찍은 데누카 골목의 눈 쌓인 야경.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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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와 삿포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온도계. 삿포로의 경우 빌딩 벽면에 커다랗게 표시되는 온도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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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의 유명한 오르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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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찍은 풍경. 겨울에는 이 길이 온통 눈으로 하얗게 뒤 덮인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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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당에서 건너다본 르타오 초콜릿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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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찍은 사진. 같은 장소가 겨울에는 이렇게 달라진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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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당 내부의 동화같은 풍경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사방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갖가지 오르골 소리가 아름다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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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우연히 들어갔다가 너무나도 환상적인 슈크림 빵 맛에 반해버렸던 육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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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을 잊지못해 다시 들어갔다. 작은 슈크림 빵 1개에 70엔. 빵을 사면 원두커피 한 잔이 공짜다. 예전에 아내와 맛있게 먹었던 스트로베리 크림을 찾았더니, 철이 바뀌면서 없어졌고 대신 카라멜 크림이 있었다. 아내 생각이 나서 포장을 해달라고 했더니 그건 안된단다. 할 수 없이 호주머니에 들어갈만큼 2개를 사서 조심스럽게 가져왔다. 그러고보니 내일이 아내 생일이다. happy birth day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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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가 드러난 오타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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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찍은 사진. 거리는 기억 속 그 거리가 분명한데 그림이 다르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오타루-러브레터의-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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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왔을 때에는 문을 닫아 들어가보지 못했던 베네치아 유리 공방. 유명 이탈리아 유리 공예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중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는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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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만든 앵무새들. 유리 공예품 외에 무도회용 가면들도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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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탄성이 절로 나오는 유리 공예품들은 현장에서 판매도 한다. 그러나 가격을 보면 더 놀라게 된다. 아주 작은 커피잔이 있길래 가격이 쌀 것 같아서 봤더니 1만8,000엔. 우리 돈 약 20만원이었다. 이목이 집중되는 작품은 수십만엔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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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유리 공방 외관. 1층은 무료 관람, 2층과 3층은 돈을 내야 했다. 작품을 보고 나오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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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유리 공방 옆 갤러리 베니니. 베네치아 만큼 크지는 않지만 여기에도 유리 공예품들을 무료로 전시한다. 베네치아에 화려한 작품이 많다면 여기는 단정하고 깔끔한 작품들 위주로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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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놓치는 1,000엔샵. 안에 전시된 모든 상품 가격은 무조건 1,050엔이다. 작은 아이들 장난감부터 여성들 기모노까지 모두 1,050엔이다. 오타루도 한국인이 많이 찾아서 길거리 안내판을 비롯해 곳곳에서 한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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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가는 길에 들려서 점심을 먹은 유명한 와규집. 일본 최고의 소고기로 꼽히는 와규 요리집으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아뿔사 이름을 안적어 왔다. 1인분이 200g이어서 우리네 1인분보다 양이 많다. 4인분을 시켜도 저렇게 1인분씩 나눠서 주니 싸울 일이 없다. 환상적인 마블링이 말해주듯 혀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식전 애피타이저와 와규, 식후 아이스크림까지 포함해 1인분에 3만6,000원 정도 한다는데,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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