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비몽

울프팩 2008. 10. 11. 23:05

언제부턴가 뜻한대로 되지는 않고 이 땅의 사람들은 그를 알아주지 않는데, 외국의 기대치는 높다.
그래서 아마 김기덕 감독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서서히 변해간다고 느낀 것은 '해안선'부터였다.
이전 작품인 '악어' '파란 대문' '섬'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등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부조리와 치열하게 싸웠기에 공감이 갔고 과격한 표현 방식 또한 그만의 독특한 미학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나친 비판이 독이 됐던가.
'해안선' 이후 그의 작품들은 그의 내면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시간' 등은 그런대로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구조(내러티브)를 갖고 있는데 비해 '해안선' 이후 나머지 작품들은 대중과 괴리돼 있다.
'비몽'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케 한다.
꿈이 현실인 지, 현실이 꿈인지 구분이 안가는 세상에서 남자(오다기리 죠)가 꿈을 꾸면 여자(이나영)는 몽유병처럼 행동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김 감독은 흑과 백이 하나의 색깔이며,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색깔의 남녀 배우를 통해 '궁 즉 통'을 이야기하지만 대중의 공감대를 끌어내기에는 너무 난해하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엇갈리는 기대와 비판 속에 김 감독이 자꾸 안으로 숨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악어'와 '섬' '나쁜 남자'를 만들때의 초심으로, 그래서 현실을 그만의 눈으로 바라본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그를 몰라준다고 산 속으로 숨은 방랑승같은 작품을 보고 있자니 예전 치열하게 타올랐던 김기덕 감독이 그립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많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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