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선셋 대로(SE)

울프팩 2005. 5. 20. 22:55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이 만든 흑백영화 '선셋 대로'(Sunset Blvd, 1950년)는 참으로 오묘한 느낌을 주는 걸작이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가 자기 망상에 사로잡혀 재기를 노리다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사건을 통해 비정한 할리우드의 내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작품이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웃음과 비극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를 끌어간 와일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다.
특히 왕년의 스타를 연기한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4 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무려 55년 전 작품인데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 새삼 할리우드의 영상 복원 기술에 감탄하게 된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모노를 지원.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다. 수영장에 빠진 시체를 올려다본 이 장면은 수영장 바닥에 깔아놓은 거울에 비친 영상을 물 밖에서 촬영한 것.
3류 시나리오 작가인 남자 주인공(윌리엄 홀든)과 왕년의 스타 배우(글로리아 스완슨)가 만나는 선셋 대로의 저택. 실제 이곳은 유명 석유재벌의 대저택이었으나 지금은 철거돼 주유소로 바뀌었다.
원래 남자 주인공 역은 몽고메리 클리프트에게 제의했으나 그가 '젊은이의 양지' 촬영 중이어서 윌리엄 홀든에게 넘어갔다.
이 영화의 재미있는 특징은 유명 감독들이 배우로 등장하는 점. 에릭 폰 스트로하임 감독은 한 물 간 스타 배우의 집사로 등장한다.
'십계'를 만든 세실 B 드밀 감독도 실명 그대로 나온다. 그는 당시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서 '삼손과 데릴라'를 만들고 있었다.
윌리엄 홀덴을 좋아하게 되는 여인이 스튜디오를 산책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부인 오드리 영의 일화다. 할리우드에서 나고 자란 오드리 영은 가수 활동 중 빌리 와일더와 결혼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은퇴한 스타들을 통해 할리우드의 비정함을 정면으로 묘사했다. 글로리아 스완슨과 심심풀이 카드를 즐기는 인물로 출연한 희극 배우 버스터 키튼. 그는 무성영화 시절 채플린과 더불어 쌍벽을 이룬 희극 배우다.
이 영화를 유명하게 만든 명장면. 살인을 한 뒤 아직도 스타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영화를 찍는 것으로 착각하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 글로리아 스완슨.
무성영화 시절의 손동작과 표정연기를 해 보이는 글로리아 스완슨. 이 작품은 그가 없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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