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쉰들러리스트 (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4. 20. 20:54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년)에 대한 평 중에 한 달 전 작고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짧은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일 도둑의 손수레를 검사하는 경비원이 있다. 경비원은 도둑이 훔쳐가는 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다. 도둑이 훔치는 건 손수레다. 유대인들은 쉰들러의 손수레다."


촌철살인, 그야말로 이 영화의 의미를 몇 개의 문장에 함축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 작품은 나치당원이면서 독일인 사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가 수용소에 갇힌 수많은 유대인들을 살려낸 실화다.


쉰들러는 나치 군인들에게 뇌물을 써서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 직공으로 빼돌려 목숨을 구했다.
물론 그가 세운 냄비와 군수공장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비록 공장은 망했지만 그는 1,200명의 유대인들을 구했다. 아니,
그 후손들이 번성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천 명의 유대인 목숨을 쉰들러 혼자서 구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독일인이면서 나치 당원인 쉰들러가 나라에서는 죽이고 싶어 한 유대인을 살렸다는 점이 그렇고, 유대인들이 나치 독일을 위한 군수공장에서 일하며 목숨을 부지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은 엄혹한 시절 내내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며 혹독한 외부 환경 및 자신과 싸워야 했다.
이 영화가 위대한 것은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쉰들러 한 사람이 아닌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의 처절한 투쟁기이자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스필버그는 알알이 흩어진 생생한 육성 기록을 하나씩 꿰어 찬란한 보석 목걸이를 만들었고, 야누스 카민스키 촬영 감독은 깊이 있는 영상으로 빛을 더했다.

더불어 존 윌리엄스의 애수에 찬 멜로디와, 이를 유려한 바이올린 연주로 뒷받침한 이차크 펄만의 연주도 훌륭하다.
홀로코스트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그린 작품으로 막판 쉰들러와 유대인들의 이별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국내 출시된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4K, 일반 블루레이, 부록 디스크 등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깊이 있는 흑백 영상을 잘 살렸다.

디테일이 뛰어나 화질이 좋고, 명암대비가 뛰어나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 같다.
다만 요들을 조들, 크라코프를 크라코우로 번역하는 등 한글 자막에 오류가 많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번역자가 한글 자막 작업을 한 모양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각 채널에서 울리는 생활소음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25주년을 회고하는 영상과 여러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을 채집하는 쇼아재단 활동을 담은 영상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오스카 쉰들러를 연기한 리암 니슨. 그를 알린 대표작이다.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들은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은 뒤 게토라는 거주제한구역에 갇혔다. 영화는 1941년 나치가 크라코프시에 만든 게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들은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은 뒤 게토라는 거주제한구역에 갇혔다. 영화는 1941년 나치가 크라코프시에 만든 게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촬영 위해 나치 독일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실제 쉰들러가 구해 준 생존자들을 만나 증언을 듣고 영화의 토대를 만들었다.
나치 독일은 크라코프시 외곽에 유대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플라초프 강제수용소를 지었다.
플라초프 강제수용소장이었던 아몬 괴트 친위대 장교는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움직이는 유대인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
아몬 괴트 소장은 백마를 타고 수용소를 돌아다니다가 눈이 마주쳤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쏴 죽였다.
쉰들러는 독일군 파티에서 유대인 소녀의 볼에 입맞춘 것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숨을 쉰다는 것 자체가 투쟁이었던 시절,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변기 안에 숨는다. 처절한 역사의 기록에 숨이 막힌다.
이 작품은 토머스 케닐리의 넌픽션 소설이 원작이다. 여기에 스필버그는 쉰들러가 살린 생존자와 가족들을 최대한 만나 육성을 들었다.
암흑같았던 수용소 시절은 무거운 흑백 영상으로 촬영한 가운데 특정 부분만 컬러로 표시된다. 어린 소녀의 붉은 외투, 유대인들이 몰래 숨어서 올리는 제례 의식에 등장하는 촛불 등은 생존에 대한 집념과 희망의 믿음이다.
쉰들러는 플라초프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뽑아 자신의 공장에서 일을 시켰다. 구 소련군의 참전으로 전황이 역전되면서 쉰들러는 공장을 체코 브린리츠시로 옮기고 전문공들이란 핑계를 대고 1,200명이 넘는 명단을 제시하고 유대인들을 데려갔다.
산을 이룬 유대인들의 시체를 태우는 거대한 화염. 쉰들러는 공장 위층에 숙소를 만들어 유대인들을 수용소에서 데려와 공장에서 먹고 자게 했다. 덕분에 유대인들은 구타와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 음식을 잘 먹을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수용소에서 풀려난 유대인들이 언덕을 넘으면서 실존 인물로 바뀌는 막판 장면은 감동이다. 쉰들러는 독일이 항복한 날, 창고를 열어 유대인들에게 재기를 할 수 있도록 옷감을 나눠줬다. 유대인들은 모두 울며 작별했다.
예루살렘에 위치한 실제 쉰들러의 무덤. 쉰들러는 전후 독일서 시멘트공장과 필름생산을 했으나 모두 망했고 아르헨티나 가서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으나 실패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쉰들러 리스트 25주년 기념 (3Disc 4K UHD 2D 한정수량) : 블루레이
 
쉰들러 리스트 25주년 기념 (3Disc 4K UHD 2D 스틸북 한정수량)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