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시간

울프팩 2006. 12. 2. 11:11
'섬' '악어' '나쁜 남자' '파란 대문' 등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은 대체로 낯설고 불편하다.
'시간'(2006년)도 마찬가지다.

애인의 사랑을 잡아두기 위해 끊임없이 성형 수술을 하는 여인때문에 빚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 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외형을 바꿔 새로움을 추구하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성형중독에 빠진 세태를 비꼬고 있다.

결국 새로움을 추구하다가 서로의 정체성과 과거의 추억까지 모두 잃어버린채 서로 낯선 존재로 남게된 연인의 모습은 섬뜩하다.
과거 작품들에서 외부로 표출됐던 인물들의 분노가 이 작품에서는 자학하듯 얼굴을 뜯어고치는 식의 인물 내부로 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작품의 언론시사회 직후 "앞으로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김 감독의 심경을 보는 것 같았다.
낯설고 불편하면서도 그의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드는 김 감독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영화계에 귀중한 존재다.
우리 영화의 발전을 위해 계속 그의 작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무난한 화질이다.
잡티가 간간히 보이지만 사물의 윤곽선도 또렷하고 색감도 분명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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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뫼비우스의 띠 같다. 현재는 미래로 흘렀다가 되돌이표처럼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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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의 연기가 돋보였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 이어 캐릭터를 제대로 살렸다. 세희로 나온 박지연은 '여고괴담' '돌려차기' '뚝방전설' 등에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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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등장하는 해안가 조각공원은 촬영을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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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사랑은 시간을 따라 물처럼 흘러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의 기억은 무거운 짐이 되는데 정작 존재는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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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줌을 자주 쓴다면 김기덕 감독은 페이드를 자주 쓴다. 이 작품에서도 페이드 인 & 아웃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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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희라는 여주인공을 연극의 더블 캐스팅처럼 박지연과 성현아가 연기했다. 성형후 달라진 전과 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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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희가 중간에 카메라를 응시한 채 관객을 향해 방백을 날리는 등 형식도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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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릿한 피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김기덕의 폭력이 이제는 익숙할만도 한데 늘 볼때마다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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