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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블루레이)

울프팩 2020. 11. 5. 21:49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신문기자'(新聞記者, 2019년)는 중요한 두 가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2017년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든 가케학원 스캔들이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가케학원 재단에서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갖고 있는 오카야마 이과대학에 수의학과를 신설하는 문제를 놓고 내각부가 일본 문부과학부를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일본에서는 52년 동안 대학의 수의학과 신설이 없어서 이를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특혜 논란을 부를 만했다.

 

배경에 깔린 아베 전 총리의 가케학원 스캔들

여기에 아베 전 총리와 가케 코타로 가케학원 이사장이 40년 된 친구여서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아베 전 총리는 수의학과 신설 추진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지만 2018년 1월 오카야마 이과대학에 수의학과 신설 뒤 에히메현 지사가 2015년부터 아베 전 총리가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전까지 도덕적 스캔들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던 터라 이 사건이 정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가 초등학교 부지 매입에 관여했다는 모리모토 학원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아베 전 총리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두 가지 사건만 놓고 보면 아베 전 총리는 학원 스캔들에 흔들린 셈이다.

영화는 이를 그럴듯하게 바꿔서 대입했다.

 

가케학원의 수의학과 신설을 지방대학의 생화학 연구시설로 바꿨다.

그러나 국가전략특구를 활용해 대학 시설을 허용하는 점과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에 갈등을 빚는 요인들은 실제 사건과 비슷하다.

 

여기에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서 단순히 대학에 특혜를 주기 위한 차원을 넘어 국가적 음모를 끼워 넣었다.

이를 위해 들어간 것이 1968년 미국에서 발생한 더그웨이 사건이다.

 

더그웨이 사건 끼워넣기

1968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인근의 스컬 밸리라는 골짜기에서 하루아침에 6,000마리 이상의 양들이 떼죽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지역 언론과 주민들은 골짜기에서 40km가량 떨어진 더그웨이 육군 생화학 실험기지를 의심했다.

 

실제로 더그웨이 기지에서는 양들이 죽기 전날 신경가스(VX)를 공중 살포하는 실험을 했다.

관련 흔적이 죽은 양들에게서 발견됐다.

 

영화는 이 사건을 일본 정부가 대학 생화학 연구시설에서 생물병기를 만들기 위한 음모로 연결시켰다.

그러면서 단순 정치 스캔들이 아닌 좀 더 복잡하고 규모가 큰 국가적 음모로 확대했다.

 

여기에는 일본 헌법 개정을 통해서 군사 대국화하려던 아베 전 총리와 내각의 음모를 우회적으로 비난한 메시지도 들어있다.

아베 전 총리의 헌법 개정을 더그웨이 사건만큼 위험한 짓으로 빗댄 것이다.

 

영화가 얻은 것과 놓친 것들

영화의 원작은 가케학원 사건을 보도했던 도쿄신문의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가 쓴 동명의 책이다.

후지이 감독은 이를 충실히 따르면서 나름 자신이 강조하는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덧입혔다.

 

공무원이 정부의 음모를 신문사에 제보하면서 이를 기자가 보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우리의 국가정보원 같은 내각정보조사실로부터 끊임없이 협박과 위협을 받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다.

 

신문사도 내각정보조사실의 압력을 받지만 기자를 믿어준다.

신문사나 기자 모두 참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힘든 선택을 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와 기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제보자의 비극적 상황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흘렀다.

 

반면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했다면 '더 포스트'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처럼 좀 더 긴장감 있는 작품이 됐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일련의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해 놓은 것처럼 사건 전개가 다소 밋밋하다.

 

결과적으로 영화 속 기자는 제보자의 증언과 모험에만 너무 의존하는 존재로 묘사됐다.

이렇게 되면 편향성의 오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사실 확인에 철저해야 할 기자로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대화혼과 정의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정치영화

특히 제보자가 진실 보도를 위해 자신의 정체를 공개해도 좋다는 말에 기자가 너무 쉽게 동의하는 부분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아무리 제보자가 제안했어도 애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는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일본 민족의 특성일 수도 있다.

주인공인 기자가 개인이야 어찌 되든 집단을 위해 제보자의 실명 공개를 염두에 두는 장면은 대화혼(大和魂)으로 대표되는 일본인들의 집단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런 점을 보면 이 작품은 보면 일본 특유의 집단을 중시하는 민족성이 정의라는 명제와 섞인 하이브리드 정치 영화인 셈이다.

아울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론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내부 제보가 결정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결국 언론사와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내부 제보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일이다.

작품 속에서는 심은경이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를 연기했다.

 

일본 배우들과 섞여 일본어로 연기했는데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모양이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일본 타이틀 특유의 뿌연 영상이어서 답답한 느낌이 든다.

 

DTS HD MA 5.1 채널은 영화 특성상 서라운드 효과가 그렇데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배우 인터뷰, 감독의 우리말 인사와 변영주 감독의 추천 영상, 관계자들 방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부록들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아쉬운 점은 본편에 수록된 한글자막에 내각조사실과 내각정보조사실을 왔다갔다하며 써놓는 등 일관성이 없는 점이다.

 

좀 더 세심한 자막 검수가 필요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정부가 대학으로 위장한 생물병기시설 건설 음모를 파헤치는 기자의 활약을 다뤘다.
극 중 총리실 산하 내각정보조사실은 막강한 음모 기관으로 나온다. 진실을 숨기려고 각종 루머와 거짓 정보를 생성해 여론을 오도하려고 든다.
원작과 달리 주인공인 여기자를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설정했다.
일본 배우같은 심은경의 연기가 돋보였다. 일본 배우들 사이에서 별로 어색하지 않게 연기를 잘했다.
건물 투신 장면은 블루 스크린 앞에 매트를 설치하고 찍었다.
편집국 모습은 도쿄신문에서 촬영. 아직까지 팩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동료를 압박해 난처하게 만드는 내각정보조사실의 음모는 전형적인 일본식 연좌제다.
과연 제보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기자의 특종이 제보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수 있는 열린 결말이 아쉽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신문기자(심은경 주연)
감독 : 후지이 미치히토 / 출연 :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
 
신문기자 (1Disc 풀슬립 초회한정판) : 블루레이
후지이 미치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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