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아바타

울프팩 2009. 12. 24. 21:27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든 게임이든 이상한 족속들이 등장해 사람 흉내를 내는 것이 도대체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Avatar, 2009년)를 본 이유는 3D 효과가 대단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영화가 개봉하기 훨씬 전인 올 여름 3D TV를 개발한 국내 모 전자업체 임원이 폭스 스튜디오에서 '아바타' 데모를 보고 너무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서 기대가 컸다.

아이맥스에서 3D로 본 '아바타'의 기술력은 실로 대단했다.
거대한 화면에 펼쳐지는 입체 영상은 그 깊이감이 남달랐다.

비록 눈을 찌를 것처럼 툭 튀어나오는 영상은 아니지만 실제 현장에 가 있다면 저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간감이 실제 같다.
부유하는 작은 생명체와 원근감이 느껴지는 사물 등을 보면 3D 영화도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력은 대단하지만 무려 3시간 가까이 즐길만한 이야기인지는 의문이다.

마치 '늑대와 춤을'의 판타지 버전같은 이 작품은 지구인들이 침범한 머나먼 혹성의 원주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백인들의 인디언 학살로 이뤄진 서부 개척사를 속죄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혹성 원주민 부족이름이 나비인 점도 그렇고, 사냥감에게 경의를 표하는 등 자연과 소통하는 것도 나바호족의 풍습을 닮았다.
결국 카메론 감독은 전향한 지구인이 나비족과 함께 지구인에 대항해 싸운다는 설정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그 또한 오만이 아닐까 싶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갇힌 한 줌의 인디언 부족들이 백인들의 온정에 감사하며 살아가듯, 나비족 역시 죽음의 문턱에서 전향한 지구인의 손길이 없었다면 고스란히 멸망할 뻔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 역시 반성을 가장한 백인들의 영웅 놀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안고 있다.
그 한계를 거대한 깊이감이 느껴지는 3D 영상으로 가리고 있을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vatar(O.S.T, Music by James Horner)
O.S.T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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