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아저씨

울프팩 2010. 8. 7. 11:34
이정범 감독의 영화 '아저씨'는 한국판 '레옹'같은 작품이다.
마약에 얽힌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가 위기에 빠지자 이름 모를 이웃집 아저씨가 구하러 나서는 설정이 레옹을 연상시킨다.

주인공 차태식(원빈)도 직업만 다를 뿐 레옹 못지 않은 최고의 살인기술을 지닌 전문가다.
악당들 또한 레옹의 게리 올드만처럼 냉혹 그 자체로 똘똘 뭉쳐있다.

대신 이 영화는 한국적 액션과 원빈이라는 꽃미남 스타로 승부를 걸었다.
날랜 몸놀림과 전광석화 같은 칼부림은 덩치 큰 레옹이 따라오기에는 무리다.

무엇보다 실감나는 액션이 이 작품의 백미.
칼 한 자루 또는 맨 주먹으로 원빈이 펼치는 액션은 눈이 따라가기 힘들 만큼 현란하다.
특히 막판 결투 장면은 숨조차 제대로 못 쉴 만큼 몰아치는 긴장감이 일품이다.

당초 잔혹하다고 알려졌는데, 설정이 잔혹한 상상을 미루어 짐작하게 만들 뿐 묘사가 잔혹한 것은 아니다.
이보다 더 한 잔혹극을 많이 봐서 그런 지, 액션의 강도가 잔혹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울러 원빈의 훌륭한 변신을 칭찬하고 싶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약해 보이기만 하던 꽃미남 청년이 한국판 레옹으로 근사하게 변했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 한 쪽 눈을 긴 머리로 가린 무협 만화 주인공 같은 모습과 빠른 몸놀림이 제법 액션극과 잘 어울렸다.
'우리 형'의 날건달, '마더'의 정신지체 청년, 그리고 '아저씨'의 흑기사까지 다양한 배역을 맡을 때마다 그럴 듯 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단선적이고 뻔한 줄거리를 과격한 액션으로 깔끔하게 포장해 밀어붙인 이 감독의 연출도 좋았다.
흔히 캐릭터 묘사를 한답시고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붙여 김을 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오로지 시원한 액션 하나에 의지해 사족이 될 만한 이야기를 최대한 압축한 점이 돋보인다.
토막(장기매매), 개미(소년들을 이용한 마약거래) 등 잘 알려지지 않는 부분들도 공들여 조사한 흔적이 보인다.

다만 간간히 튀어나오는 신파조의 유치한 대사와 원빈의 부인과 아이가 얽힌 한풀이 같은 어두운 배경은 오히려 없었더라면 영화가 더 근사할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아무튼 여름 더위를 한때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잘 만든 시원한 액션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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