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울프팩 2009. 9. 6. 08:58

'싱글즈' 개봉 무렵 배우 장진영을 만났다.
엄정화와 함께 인터뷰를 했는데, 차분하면서도 강단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년)에서 보여준 장진영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장진영에 대한 기억과 겹쳐 그가 가장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장진영은 이 작품에서 애인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술집 여자로 나와 적당한 독기와 열정으로 불꽃처럼 타올랐다.
'국화꽃 향기' '싱글즈' 등에서도 열심히 연기했지만 이 작품 만큼 빛을 발하지는 못한 것 같다.

장진영은 이 작품이 흥행에 참패한 뒤 출연을 후회했다고 한다.
험한 욕설을 내뱉으며 처절하게 망가진 모습이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본인은 아쉬운 부분이었겠지만, 배우로서 장진영의 진가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진영이라는 또 한 명의 연기 잘하는 배우를 떠나보낸 지금, 옛 생각이 나서 이 작품을 다시 꺼내봤다.
'친구' 못지 않게 험한 욕설과 거친 삶을 그린 작품이지만, 처절한 사랑을 하는 연아(장진영)의 모습을 통해 장진영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유감없이 빛난 이 작품을 주저없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아쉬운 화질이다.
일부 클로즈업 영상 등은 깔끔하고 해상도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샤프니스가 떨어져 윤곽선이 두루뭉술하고 링잉도 나타나 눈에 거슬린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드라마인 만큼 특별히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할 만한 부분이 없다.
부록으로 김해곤 감독과 제작자, 촬영 감독의 고해성사 같은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장면 등이 2장의 디스크에 걸쳐 수록됐다.
음성해설에서 흥행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김 감독의 사과가 재미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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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역이 출연한 작품 중에 가장 연기가 빛났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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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우가 약혼녀가 있으면서도 술집 여자인 연아(장진영)에게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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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이 이 작품에서 보여준 표독스런 연기는 그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6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여우주연상, 2007년 황금촬영상 최우수 인기여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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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조연들도 제 몫을 다했다. 김승우의 친구로 나오는 탁재훈, 남성진. 탁재훈은 TV 오락프로에서 보여준 특유의 끼를 잘 발휘했다. 남성진은 갖고 있는 역량보다 많이 묻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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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상무로 출연하는 김상호. 사투리 연기를 맛깔스럽게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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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가게 장면은 부산의 슈퍼마켓을 빌려서 비디오 가게로 개조한 뒤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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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임승대, 이병준 등 조역들도 제 몫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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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곤 감독은 '장군의 아들'로 데뷔해 15년 이상 배우 생활을 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 무기 밀매업자로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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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은 극중 '난 괜찮아'를 부르기 위해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가수 박선주에게 노래 지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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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 장면을 왜 넣었을까 싶은 사족같은 시퀀스.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만 줄 뿐 그다지 캐릭터들의 감정이 묻어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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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양수리 세트에서 촬영 한 룸살롱 장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산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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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하는 사랑은 아프고 처절하다. 김해곤 감독이 직접 대본을 쓴 이 작품의 원제는 '보고싶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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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역은 욕이 하도 많이 나와서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송해성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밀려 흥행에서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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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잘 살린 영상. 홍상수 감독 말마따나 이 작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솔직한 영화"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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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흥행 실패 후 "욕으로 흥한 자 욕으로 망한다"는 농담을 했는데, 평소 욕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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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욕설 투성이인 대사 때문에 묻혔지만 정갈한 영상으로 감정선을 참 잘 그려냈다. 막판 두 사람의 해후와 관련해 가타부타 말없이 끝나는 애매한 결론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엔딩이라고 본다. 과연 두 사람은 만났을까. 김 감독은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두 사람은 만나지 않고 돌아선다고 생각해 결말을 애매모호하게 그렸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김승우 출연/장진영 출연/김해곤 감독
싱글즈
장진영 주연/이범수 주연/김주혁 주연/엄정화 주연
반칙왕 - 송강호.장진영.정웅인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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