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오즈의 마법사(4K 블루레이)

울프팩 2021. 2. 15. 00:06

개봉한지 80년이 넘은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년)는 제작진이 대부분 고인이 됐다.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 감독은 개봉 후 10년 뒤인 1949년에 세상을 떴고 주인공 도로시를 연기한 주디 갤런드(Judy Garland)는 불우한 말년을 보내다가 1969년 쓸쓸히 숨졌다.

마법사를 연기한 프랭크 모건(Frank Morgan)은 플레밍 감독과 같은 해 세상을 떠났고 겁쟁이 사자를 연기한 버트 레어(Bert Lahr)는 1967년, 양철인간 역의 잭 헤일리(Jack Haley)는 1979년, 허수아비 역의 레이 볼거(Ray Bolger)는 1987년에 차례로 망자가 됐다.
영화를 제작한 MGM의 루이 B 메이어(Louis B. Mayer)도 1957년에 타계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고인들
1800년대 말에 태어난 배우도 있으니 고인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오래 된 사람들이 만나서 오래 전에 만든 영화인데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설렌다.

이 영화를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때인 1970년대 말이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흑백TV 시절이어서 이 영화가 모두 흑백인 줄 알았다.

1980년대 들어 컬러TV 방송이 시작되면서 이 영화를 화려한 색깔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때는 영화의 의미나 가치를 떠나 그저 재미있고 유쾌한 내용에 마냥 즐거웠던 작품이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Lyman Frank Baum)의 동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토네이도에 휘말려 마법의 세계로 날아간 소녀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모험을 벌이는 내용이다.
1930년대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뮤지컬 형식을 따르고 있어서 중간 중간 춤과 노래가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 주디 갤런드가 부른 주제가 'Over The Rainbow'는 시대를 뛰어넘어 너무도 유명하다.
영화가 재미있고 편하게 와닿았던 것은 가정의 소중함을 도덕적으로 설득하려하지 않고 재미있고 환상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에 있다.

더불어 지금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특수효과와 놀라운 분장, 화려한 색채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영화가 일제 강점기 시절에 개봉됐다는 점을 상기하고 다시 보면 오히려 특수효과, 분장, 시각 디자인 등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만큼 시각효과와 미술, 특수분장 등에 앞선 요즘 영화들은 교과서 같은 이 영화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지금은 명작의 반열에 드는 이 작품도 개봉 당시 불운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5번이나 바뀐 감독...흥행 실패로 묻혔던 불운 속 명작
제작사 MGM은 장편 컬러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로 성공한 디즈니를 누르기 위해 엄청 고생하며 컬러로 찍은 이 영화를 1939년 8월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극장 개봉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달에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유럽 흥행에 크게 기대했던 MGM은 유럽 상영이 무산되며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특히 같은 해 개봉한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묻혀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공교롭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 영화를 만든 빅터 플레밍이 감독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노래가 된 주디 갤런드의 'Over The Rainbow'와 여러 곡의 춤과 노래는 모두 삭제될 뻔 했다.

상영 시간이 2시간에 육박하자 MGM 중역들이 뮤지컬 부분을 모두 잘라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기획한 아서 프리드가 "나부터 해고하라"고 버틴 덕분에 명곡과 명장면들이 무사했다.

감독은 5회나 바뀌었다.
제작진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른 작품과 연출 일정이 겹치면서 리처스 소프, 조지 큐커, 빅터 플레밍, 킹 비도 등 여러 감독이 땜빵 식으로 연출을 맡았다.

그럼에도 여러 감독의 연출 부분을 어색하지 않게 잘 이어붙였고 매끄럽게 넘어갔다.
노래와 춤, 배우들의 연기, 미술 등이 모두 훌륭해서 수상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제1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 그리고 주기 갤런드가 특별상을 받는데 그쳤다.

정작 영화를 연출한 빅터 플레밍은 이 작품이 아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이런 일들만 보면 참 불운한 작품 같지만 세상 일은 모를 일이다.

1956년 TV에서 처음 방영되며 극장에서 묻혔던 이 작품은 다시 빛을 봤다.
이후 미국의 TV 방송에서 해마다 방송하고 홈비디오까지 등장하며 이제는 미국 어린이들의 동심을 상징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물론 동심이 흔들렸던 미국 어린이들도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
새삼 새옹지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4 대 3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물론 80여년 전 작품인 만큼 원경의 디테일이 떨어져 아쉽지만 잡티나 필름 스크래치 하나 없이 말끔한 화질을 자랑한다.고운 입자감이 돋보이는 가운데 발색 또한 곱다.

음향은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배우들 소개 등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이 들어 있으며 일부 부록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참고로 본편의 한글 자막 중에 '마녀가'를 '마녀나'로 표기하는 등 일부 오자가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Over The Rainbow'는 시사회때 삭제된 채 상영됐다. 농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품위 없고 너무 느려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이유였다.
제작진은 철조망에 스타킹을 감아서 토네이도를 만들었다. 여기에 미니어처 집을 설치하고 흙, 먼지를 날리며 촬영한 뒤 이렇게 찍은 영상을 후면 투사 스크린으로 비추며 그 앞에서 주디 갤런드가 연기했다.
소인들이 사는 먼치킨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116명의 난쟁이 연기자들이 출연했다. 분장을 하고 나온 아이까지 포함하면 125명이다.
원래 게일 손더버그가 사악한 서쪽 마녀로 캐스팅됐으나 아무리 분장해도 우아해 보여 마가렛 해밀턴으로 바뀌었다.
원작자인 프랭크 바움은 40세때까지 여러가지 일을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는 집에서 네 자녀와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 곧잘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줬는데 그 이야기에 덴즐로우가 그린 그림을 붙여서 낸 동화책이 '오즈의 마법사'다.
프랭크 모건은 캔사스의 마술사, 에메랄드시티의 문지기, 오즈의 마법사, 에메랄드시티의 마부, 병사 등 여러 역할을 했다.
제작진은 처음에 사자 역할로 MGM 로고에 등장하는 진짜 사자 레오를 출연시키고 성우의 목소리를 입히기로 했다. 그러다가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서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있는 버트 레어를 섭외했다.
원래 레이 볼저는 양철인간으로 섭외됐으나 큰 키에 관절이 유연해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어서 허수아비 역으로 바뀌었다.
잭 헤일리는 처음에 알루미늄 가루를 몸에 칠하고 양철인간을 연기했다. 그러나 가루를 너무 많이 마셔 폐 기종 증세로 6주나 입원했다. 이후 알루미늄 반죽으로 분장했으나 눈에 반죽이 들어가 눈병이 나서 여러 주 촬영을 하지 못했다.
도로시와 허수아비의 외모는 조지 큐커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허수아비는 분장에만 2시간 넘게 걸렸다. 제작진은 레이 볼저의 얼굴이 삼베자루처럼 보이도록 일일이 가로 세로 줄을 얼굴에 그렸다.
이 영화는 사람보다 훨씬 큰 180kg의 테크니컬러 카메라로 찍었다. 테크니컬러는 흑백필름에 각각 적, 청, 녹색 필터를 끼운 3대의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한 뒤 광학 프린터로 색을 만드는 방식이다.
양철인간을 연기한 잭 헤일리의 아들 잭 주니어와 주디 갤런드의 딸 라이자 미넬리는 훗날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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