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오페라의 유령

울프팩 2005. 4. 21. 20:42

잘 알려진 원작을 토대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장점만큼 위험이 따른다.
널리 알려져 있어 익숙한 반면 사람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조엘 슈마허(Joel Schumacher) 감독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2004년)으로 아찔한 곡예사의 줄타기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관객을 흥분시키기에는 줄이 너무 느슨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유명한 뮤지컬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한정된 무대 위 이야기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영화로 옮겨 놓았다.

덕분에 뮤지컬에서 표현하기 힘든 공간들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살아났다.

거대한 기둥이 늘어선 사이로 물이 넘실거리는 오페라 극장의 지하 수로는 '반지의 제왕'의 지하 동굴처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또 유령이 출몰하는 극장은 천장에서 무대와 객석을 내려다본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공간뿐 아니라 시종일관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볼거리도 풍성하다.
크리스틴(에미 로섬 Emmy Rossum)을 사이에 두고 유령(제라드 버틀러 Gerard Butler)과 연적 관계에 놓인 라울(패트릭 윌슨 Patrick Wilson)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과 무덤에서 칼싸움하는 장면, 극 중 오페라 무대를 수놓은 화려한 의상의 집단 군무 등은 빠른 장면 전환과 와이드샷, 극도의 클로즈업이 혼재돼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뮤지컬의 구성과 전개 방식을 지나치게 답습하면서 뮤지컬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늘어지는 점이 문제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제작자로 참여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는 철저하게 뮤지컬의 음악과 대사, 진행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거대한 지하수로나 오페라 극장 뒤 어수선한 모습, 특수 효과를 가미한 공연 장면 등은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뮤지컬 무대 위로 배가 둥둥 떠서 다가오는 신기함이나 객석을 덮치듯 샹들리에가 쏟아져 내리는 순간의 아찔한 긴장감 등은 뮤지컬만 못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유령의 분장도 뮤지컬보다 떨어져 기괴함이나 공포심을 자극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실려 울려 퍼지는 'Think of Me'와 'Angel of Music', 'All Ask of You' 등 널리 알려진 곡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제라드 버틀러와 에미 로섬이 이중창으로 소화한 유명한 주제가 'Phantom of the Opera'는 새삼 가슴을 뛰게 만든다.

제라드 버틀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게 "더 이상 올라설 곳 없는 테너 음색"이라는 격찬을 들었고, 에미 로섬은 7세 때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사사를 받은 만큼 기대 이상의 훌륭한 노래 실력을 과시했다.
그래서 더욱 슈마허 감독의 느슨한 연출이 아쉽게 느껴진다.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부드러운 편.
윤곽선이 예리하지 못하고 색감도 한 단계 톤 다운됐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확실한 서라운드 효과로 극장에서 못 느꼈던 공연장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한다.
재미있는 것은 2번째 부록 디스크에 실린 '스텝 합창'.

슈마허 감독을 비롯해 로이드 웨버 등 제작진이 'The Phantom of The Opera'를 한 소절씩 돌아가며 부르는데 음치들의 합창처럼 폭소를 자아낸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으로 시작한다. 특이하게 현재를 오래된 영화처럼 흑백, 과거는 화려한 컬러로 처리했다. 경매인으로 등장한 인물은&nbsp; '알피'에 꽃집 주인으로 나온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연기한 에미 로섬. 재앙 영화 '투모로우'의 여학생으로 나왔다. 이 작품 촬영 당시 18세였던 그는 7세 때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성악을 사사해 20여 편의 오페라 무대에 선 경험이 있다. 뮤지컬 배우들은 그의 외모와 연기가 뮤지컬 초연 때 크리스틴을 맡은 사라 브라이트만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유령을 따라 오페라 극장 지하로 내려가는 크리스틴. 여기서 유명한 'The Phantom of The Opera' 이중창이 흐른다. 모든 노래는 배우들이 직접 불렀고 비틀스 음반과 '스타워즈' 등을 녹음한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마스크를 벗은 유령의 모습이 뮤지컬만 못해 긴장감이 떨어졌다. 유령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는 뮤지컬 경험이 없어 촬영하며 성악을 공부했다. 오디션에서 그를 뽑은 로이드 웨버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테너 음색"이라고 칭찬했다.
900석 객석을 갖춘 오페라 극장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흉내 내 만든 세트. 촬영 후 철거했다.
오페라 극장과 더불어 장관을 연출한 지하 수로. 수십 톤의 물을 채운 거대한 세트다.
크리스틴을 두고 유령과 연적이 되는 라울 백작은 패트릭 윌슨이 연기. 오디션으로 발탁된 그는 '오클라호마' '풀 몬티'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다.
가면무도회에 쓰인 음악은 로이드 웨버가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했다. 이 곡과 더불어 영화에서 삭제됐으나 DVD에 부록으로 수록된 'No One Would Listen'이라는 유령의 노래도 추가로 작곡했다.
이 장면 또한 뮤지컬 팬들의 실망을 산 부분. 가면무도회에 돌연 나타난 유령의 해골 마스크가 뮤지컬만 못했기 때문. 의외로 사소한 부분이 영화의 재미를 좌우할 때가 많다.
객석에 떨어지는 샹들리에를 3개 제작. 극장 천장을 비출 때 나오는 설치용은 무게가 2.5톤의 실물이었으며 추락용은 0.5톤 모조품이었다. 98개 가스등 램프가 달린 샹들리에는 100년이 넘은 크리스털 가공업체인 스와로브스키사에서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 달린 샹들리에를 보고 디자인한 뒤 앙트완 티세랑사에서 6개월 동안 만들었다.
스와로브스키는 샹들리에뿐 아니라 영화 속 화려한 의상과 액세서리까지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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