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온천의 고장 노보리베츠

울프팩 2008. 10. 1. 23:11

북해도(홋카이도)를 다시 찾게 됐다.
2월에 다녀갔으니, 7개월 만이다.

북해도는 아무래도 설국인 만큼, 겨울에 다녀가는 것이 제 맛이지만 단풍이 든 가을도 색다른 느낌이다.
2월에 왔을 때에는 일정상 노보리베츠를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 방문하게 돼서 다행이다.

원래 북해도는 일본과 별도로 아이누 민족의 땅이었지만 메이지 유신때 속국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노보리베츠로 향하던 길에 시라오이에 있는 아이누 민족박물관을 찾아갔다.

이곳은 우리네 민속촌 같은 곳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백인이 정복한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에 가깝다.
아이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 지 보여주는 곳인데, 생각보다 별로 볼 것이 없고 싱겁다.

정작 이 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하얀 백구와 그림같은 호수였다.
맑은 하늘아래 끝간데없이 펼쳐진 호수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어서 찾은 곳은 노보리베츠의 유카라 마을.
노보리베츠를 들어서면 커다란 도깨비상과 얼굴이 움직이는 염라대왕 상이 우선 반겨준다.

도깨비와 염라대왕을 보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지옥이다.
이를 반영하듯 온천으로 유명한 노보리베츠의 유카라 마을은 지옥계곡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붉은 빛과 회색 빛이 도는 계곡 사이로 증기 구름이 뭉게 뭉게 피어오르고, 초입부터 진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속에서 일본인들은 지옥을 봤나 보다.

그러나 별칭과 달리 노보리베츠의 온천은 정말 좋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커다란 대욕탕에 들어가서 진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그대로 피로가 녹아 없어지는 듯하다.

우리가 묵은 타키모토관의 온천은 온천이 갖춰야 할 11가지 성분이 골고루 들어있어서 일본에서도 최고로 꼽힌다는 탕들을 고루 드나들다가 열기가 더해지면 휴게실에 나와 몸을 식히고 다시 탕에 들어간다.
몸에 묻은 온천수는 수건으로 닦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린뒤 무료로 제공하는 시원한 우롱차를 마시면 그 맛이 아주 달디 달다.

그렇게 온천을 마친 뒤 료칸으로 돌아와 이부자리에 몸을 누이니 그제사 여행을 떠난 실감이 난다.
내일은 아내와 들렸던 오타루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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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시라오이에 위치한 아이누 민족박물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코탄콜클 상이다. 코탄콜클은 우리로 치면 이장쯤 되는 마을 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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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박물관보다 사람들을 더 사로잡은 것은 바로 백구들이다. 박물관 한 켠에 곰 우리와 더불어 홋카이도 개 우리가 있는데 눈처럼 하얀 개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사람들이 떠날 줄 몰랐다. 이 놈들이 곰을 잡은 수렵견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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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촌에 가까운 아이누 민족박물관 풍경. 아이누족이 살았던 집을 4배쯤 확대해 지어놓았다. 아이누란 '사람'이란 뜻의 아이누 말이다. 이들은 아메리카 인디언처럼 일본이 정복하기 이전에 홋카이도에 살았던 원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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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부에는 이처럼 아이누족들의 생활 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삿포로도 아이누 말로 메마른 큰 강이라는 뜻. 아이누족은 취직, 결혼 등에서 아직도 일본인과 다른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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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 가운데 한 곳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아이누족의 동요, 민요, 춤 등을 공연한다. 둥글게 무리지어 화롯불 비슷한 곳을 돌며 추는 이 춤은 사냥한 곰의 영혼을 달래는 이오만테림세라는 춤이란다. 물어봤더니 춤을 추는 사람들은 실제 아이누족은 아니란다. 얼핏보면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화와 비슷하다. 천장에는 잡아놓은 연어를 쭉 꽂아놓았다. 24시간 늘 피워놓은 모닥불에서 연기가 올라가며 연어는 자연스럽게 훈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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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보다 이곳을 못잊을 것 같다. 박물관 앞에 위치한 포로토 호수. 맑은 하늘아래 펼쳐진 그림같은 호수가 보는 이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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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리베츠는 볼 게 없다. 유황계곡과 곰 목장이 전부. 곰 목장은 산꼭대기 굿타라코 호수 옆의 깊은 숲에 있어서 이렇게 케이블을 타고 5분 이상 올라간다. 이 산은 곰이 많아 곰산이라는 뜻의 구마야마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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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목장은 100마리 이상의 곰을 이렇게 우리에 가둬놓았다. 100엔정도 하는 먹이를 사서 던져주면 곰들이 받아먹는데, 서로 받아먹으려고 온갖 짓을 다한다. 홋카이도 큰 곰은 아이누 민족들이 신으로 숭배했다고 하는데, 현재 신세가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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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웃기지도 않았던 오리 경주. 말 그대로 오리들이 갖가지 색깔의 목띠를 매고 경주를 하며, 경마처럼 돈을 걸고 1등 오리를 맞추면 상품을 준다. 잔뜩 기대를 하고 봤으나 짧은 거리를 오리들이 거의 날다시피 휙 지나가 허무했다. 200엔을 걸고 1등을 맞추면 아기들 턱받이 같은 작은 수건을 하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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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리베츠 지옥계곡이라고 써있는 나무간판. 여기가 국립공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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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안으로 들어가면 증기 구름이 피어나는 풍경이 나온다. 뜨뜻한 열기도 느껴지지만 무엇보다 곯은 달걀 냄새같은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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