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요시노 이발관

울프팩 2009. 10. 24. 20:04

일본 어느 마을, 남자 어린이들은 모두 똑같은 바가지 머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깨비가 잡아간다는 전설에서 시작해 이제는 마을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풍습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도쿄에서 전학생이 온다.
멋드러지게 머리를 길러 넘긴 전학생에 여학생들은 열광하고, 심기가 불편한 마을 어린이들이 그때부터 삐딱선을 타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요시노 이발관'(2004년)은 머리 때문에 벌어진 아이들과 어른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전통과 파격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엉뚱하게 시작한 싱거운 이야기는 아이들 농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허무한 이야기로 1시간 30분을 일관하다가 맥없이 끝맺고 만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독립 영화만 쭉 만들다가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한 여성 감독 나오코는 15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나오코 감독은 이 영화로 습작을 한 뒤 '카모메 식당' '안경' 등을 찍었다.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그저 그렇고, 특별한 메시지도 없는 허무한 영화.
나오코 감독의 전작을 보겠다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작품이다.
그래도 머리 모양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감독의 발칙한 상상력은 인정할 만 하다.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70년대 영화로 의심할 만큼 심하게 떨어지는 해상도와 디더링, 뿌연 영상, 심지어 약간씩 떨리는 화면 등 총체적 난국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감독, 배우의 인터뷰 영상이 들어 있다.

<파워DVD로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두가 똑같은 바가지 머리. 마치 어느 섬나라 독재국가를 보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가지 머리를 위해 50명의 어린이들은 가발을 쓰고 출연. 초반 '할렐루야' 합창은 도쿄 FM소년 합창단이 불렀고, 아이들은 여기 맞춰 립싱크를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작품에서 모타이 마사코가 보여준 독특한 체조는 '카모메 식당'에서도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들은 그렇다 치고 남편은 왜 바가지 머리를 했을까. 그것이 이발사인 아내에 대한 남편의 배려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작품의 히로인인 요시노를 연기한 모타이 마사코. 1952년생인 그는 연극, TV드라마 등에 고루 출연했으며 '카모메 식당' '안경' 등 나오코 감독의 작품에 모두 출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쩌면 우리 1970년대 풍경과 이리도 비슷할까. 삐걱거리는 이발소 의자, 면도 전 얼굴을 뜨끈하게 데우는 젖은 수건, 그리고 문 밖에서 바삐 돌아가는 빨간색과 푸른색이 교차한 이발등은 마치 70~80년대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작품에는 '개같은 내인생' '몽정기'처럼 아이들의 성장통이 슬쩍 끼어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즈라는 마을에서 촬영.
사용자 삽입 이미지
획일화와 제도화, 표준화는 무서운 현상이다. 소위 '튄다는 것', 개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등교길 아이들의 머리를 재는 교사는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1980년대 초반 검정 교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 우리 나라 중고등학교 교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칫 머리가 길면 교사가 바로 '바리깡'으로 머리 한 복판을 한 줄로 박박 밀어 고속도로를 내버린다. 영화처럼 이발사가 교문에 함께 서 있어서 그나마 보기 좋게 잘라주거나, 이마저도 싫어 달아나는 것은 80년대 학생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닌게 아니라, 두발 단속으로 대변되는 암울했던 시절에는 머리 모양도 좋은 반항의 도구가 됐다. 나오코 감독은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카모메 식당 SE (1disc, 킵케이스)
안경SE : 일반판
감독:오기가미 나오코 출연:고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료 외
요시노이발관
예스24 | 애드온2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0) 2009.11.14
서브웨이 하이재킹 펄햄123  (6) 2009.10.30
안지오  (2) 2009.05.15
맨 인 블랙 (블루레이)  (6) 2009.03.29
판타스틱4-실버 서퍼의 위협 (블루레이)  (2) 200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