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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요짐보

울프팩 2010. 12. 13. 02:11
'요짐보'(Yojimbo, 1961년)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며 재미있는 영화다.
아울러 그가 얼마나 위대하며 독창적인 감독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다.

이야기는 두 악의 세력이 장악한 마을에 떠돌이 무사가 흘러 들어오며 시작된다.
뛰어난 칼솜씨와 지략을 가진 무사는 경호원(요짐보)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지만, 악의 세력으로부터 마을을 구하기 위해 양쪽을 이간질 한다.

소위 악으로 악을 척결하는 이이제이 작전이다.
그만큼 양 쪽을 왔다갔다하며 벌이는 무사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탄탄한 이야기와 개성강한 캐릭터, 마치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황량한 풍경과 음악 등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아우러져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사무라이 영화의 표상으로 군림한 미후네 토시로가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압권이다.

덕분에 미후네 토시로는 이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다.
이 작품 또한 전세계로 수출되며 일본과 구로자와 아키라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60년대 작품이지만 지금 다시 봐도 반할 만큼 독특한 멋이 흐르는 스타일리쉬한 영화다.
그랬기에 숱한 서양 감독들이 이 작품을 흉내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황야의 무법자'를 만들었고, 월터 힐 감독은 아예 그대로 베낀 리메이크작 '라스트맨 스탠딩'을 내놓았다.
'라스트맨 스탠딩'에서 브루스 윌리스도 멋있었지만 미후네 토시로의 아우라에는 못미친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무려 50년 전 작품인 만큼 화질이 떨어진다.
뭉개지는 윤곽선과 블록이 보이지만 그나마 흑백영화라서 참을 만 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으로 아키라 감독을 비롯해 제작진의 인터뷰가 들어 있다.
부록에도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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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좋은 영화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그의 영화인생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흥미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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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미후네 토시로. 1920년생인 그는 이 작품이 해외에 널리 수출되면서 '미드웨이' '쇼군' '1941'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도 출연했다. 이 작품 외에 '7인의 사무라이' '라쇼몽' '나쁜 놈일수록 더 잘 잔다' 등 숱한 구로자와 아키라 영화에 출연했다. 1997년 성탄절 전야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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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 개가 잘린 손을 물고가는 충격적인 장면. 이 장면은 원래 대본에 없었는데, 구로자와 감독이 촬영 현장에서 조명기사가 떨군 장갑을 보고 영감을 얻어 즉석에서 만들었다. 개는 장바구니를 물고 채소가게에 심부름차 들린 영리한 동네 개를 즉석에서 캐스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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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손은 초반 악당으로 출연한 세 사람 중 가운데에 선 배우 겸 도예가인 오하시가 밤새 만들었다. 2개를 만들었는데 7만엔의 제작비가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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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시가 만든 또 하나의 손은 여기 쓰였다. 칼부림 중 잘려나간 팔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드고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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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자와 감독도 다른 일본인들처럼 서양을 동경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다분히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사무라이극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구로자와 감독은 서부극에 사무라이를 접목시켜 독특한 분위기의 영상을 만들었다. 이것이 사무라이 영화가 60년대에 세계화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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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자와 감독은 작곡가인 사토 마사루에게 부두교 스타일의 음악을 주문했다. 영화 속에 깔린 스산한 음악은 황량한 풍광과 어우러져 더 할 수 없이 스산한 서부극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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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자와 감독이 미후네 토시로를 주연으로 쓴 이유는 그의 전광석화같은 칼솜씨 때문이다. 실제 그는 1초에 한 사람을 벨 정도로 칼을 빠르게 잘 다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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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선 집과 마주 본 두 세력. 다분히 할리우드의 서부극을 닮은 구도다. 구로자와 감독은 와이드 스크린에 맞게 도로를 일부러 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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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연극적인 구도. 미후네가 응시하는 한 쪽 끝에서 천천히 배우가 걸어들어온다. 관객은 궁금증을 갖고 미후네의 시선을 따라 응시하게 된다. 그렇기에 카메라의 패닝이 없어도 관객은 이 프레임을 계속 확장된 열린 공간으로 의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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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미야가와 카즈오가 맡았다. 그는 유명한 다큐인 '도쿄올림픽' 촬영에도 참가했으며 구로자와 감독의 '카케무샤' '라쇼몽' 등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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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구도가 낯설지 않은 것은 이 작품 이후 다수의 서부극에서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특히 세르지오 레오네는 그의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앙각과 부감을 적절히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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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권총을 꺼내드는 이 장면을 보면 구로자와 감독이 어지간히 서부극을 만들고 싶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온다. 권총을 꺼내 든 악당을 연기한 나카다이 다쓰야는 '7인의 사무라이'에도 나온다. 구로자와 감독은 사무라이들의 의상을 직접 고안했는데, 목에 두른 스카프도 그의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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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후네가 부상을 입고 야밤에 기어서 달아나는 장면은 낮에 찍은 데이 포 나잇이다. 흑백영화라서 확실히 데이 포 나잇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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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대부분의 촬영에 망원렌즈를 사용했다. 액션 동작이 더 빠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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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클로즈 업도 망원렌즈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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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결투는 스산하고 황량한 느와르풍의 분위기가 최고로 빛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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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황량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촬영 장소 인근의 일본군 기관총 사격장에서 재와 흙먼지를 가져왔다. 여기에 200마력의 비행기 프로펠러를 돌려 흙바람을 일으켰다. 미후네는 강한 흙먼지 속에서도 전혀 눈을 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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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구로자와 감독 영화 중에 처음으로 해외 수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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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칼로 사람을 베는 소리를 처음으로 넣은 영화다. 구로자와 감독은 화나면 욕을 잘해서 모두 무서워했지만, 직접 세트를 걸레질 할 만큼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해서 다들 잘 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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