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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용서받지 못한 자

울프팩 2007. 1. 4. 22:50

윤종빈 감독의 대학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는 군대 이야기를 다룬 장편 영화다.
그렇지만 군인들이 총들고 뛰어다니는 '배달의 기수' 식의 군대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 작품은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강제 징집된 젊은이들이 군대라는 조직적 폭력 앞에서 희생자이자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감독은 결코 그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 젊은이가 서서히 조직적 폭력에 길들여 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군대 폭력은 국가와 사회가 빚어낸 제도적인 폭력임을 강조한다.

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 감독치고는 문제의식이 범상치 않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밀도있는 구성과 영상으로 풀어낸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그것도 모자라 윤 감독은 영화의 중요한 배역인 신병 역할까지 연기했다.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던져준 충격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독의 이름 석자를 다시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1.85 대 1 레터박스 포맷인 DVD 영상은 화질이 좋지 않다.
잡티와 스크래치도 많고 이중윤곽선에 지글거림까지 나타나는 등 비디오테이프 수준이다.

음향도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울림은 풍성하지만 저음의 부밍이 강하고 대사가 전방에 집중돼 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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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가면 작업만큼이나 일과처럼 되풀이되는 집합. 폭력의 시작과 끝이다. 실제 군대에서 일어나는 구타는 영화보다 훨씬 가혹하며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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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각본, 감독에 신병 역할까지 연기한 윤종빈 감독. 영화보는내내 어디서 저렇게 어리버리한 신병 역할에 제대로 어울리는 배우를 찾았을까 궁금했는데,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고참을 연기한 하정우도 훌륭했지만 윤종빈 감독의 연기도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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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군대 현실 중 하나가 사제 의류 착용금지다. 속옷은 물론이고 양말도 군용 외에 사제용품을 쓸 수 없다. 그렇다고 군용의 품질이 좋은가하면, 그렇지 못하다. 속옷은 한 번 빨면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일수였다. 그렇다보니 고참들은 사제속옷들을 몰래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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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군대 기억중 하나가 바로 '뽀글이'다. 라면 봉지 귀퉁이를 조금 뜯고 물을 부은 다음 꽁꽁 묶어서 라디에이터 위에 올려놓으면 소위 찐 라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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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뿐이지, 군대에서 죽는 사람들도 많다. 훈련이나 작업중에 사고로, 또는 구타나 자살로 생떼같은 목숨이 죽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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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은 밀도있는 구성을 통해 군대라는 제도적 폭력을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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