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울프팩 2008. 1. 27. 22:41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1등을 고집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 세상에서 2등은 곧 루저요, 패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2등의 이야기로 1등 못지 않은 꿈과 희망, 감동을 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핸드볼팀은 2등이었지만 위대한 루저였다.
핸드볼이 발붙일 곳 없는 척박한 토양에서 살림과 운동을 함께 하며 신화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단한 삶이, 신산스런 나날이 영화를 보는 동안 절로 한숨이 나오고 지치게 만든다.
어찌보면 그래서 1등이 더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저렇게까지 해서 얻는게 무엇인가.

영화속에서는 실업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는데도 불구하고 팀이 해체되면서 초등학교 핸드볼팀으로 옮겨간 어느 감독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다.
"이렇게 사는 것도 좋다. 생각도 할 수 있고, 하늘도 보고..."
그 말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우리 모두 올림픽 결승전같은 하루 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경쟁을 무조건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과정에 충실했다면 1등이건 2등이건 상관없이 결과가 값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웅변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1등을 향해 피곤한 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위한 위무다.
아마도 임순례 감독 또한 그런 삶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반면, 눈물을 쥐어짜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업영화이다보니 대중의 눈물선을 자극해야 할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토막토막 들어간 선수들의 애환이 지나치게 신파조로 흘렀다.
조금만 더 절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아울러 문소리의 연기는 정말 핸드볼 선수 같았다.
김지영과 보람이 역의 민지, 골키퍼 수희 역할을 한 조은지의 연기도 그런대로 볼 만 한데, 김정은의 경기하는 모습은 어색한 티가 두드러졌다.
그 점도 옥의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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