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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블루레이)

울프팩 2020. 1. 17. 22:17

월플라워는 증권에서는 관심 밖 종목을 말한다.

원래는 댄스파티에서 아무도 춤을 추려하지 않아 혼자 우두커니 벽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왕따다.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 2012년)는 미국 고교의 왕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용은 고교에 입학했으나 친구를 사귀지 못해 혼자서 점심을 먹으며 외톨이 생활을 하는 주인공 찰리(로건 레먼)가 뜻밖에 패트릭(에즈라 밀러)과 샘(엠마 왓슨) 오누이를 친구로 삼으면서 힘든 과거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찰리는 말하지 못하는 아픈 과거 때문에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하는데 패트릭과 샘도 동병상련의 처지다.

 

패트릭은 낙제를 했고 샘은 어려서 못된 짓을 당해 험한 날들을 보냈다.

각자 아픔을 갖고 있는 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힘이 돼준다.

 

크보스키 감독은 그 과정을 관찰하듯 차근차근 보여준다.

특이하게도 크보스키 감독은 원작 소설을 쓴 작가가 영화 연출까지 맡은 흔치 않은 사례의 인물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쓴 작품이어서 이해가 깊어 그런지 영화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만큼 깔끔한 연출과 함축적인 이야기로 아픈 청춘들을 짚어 간다.

 

영화를 보면 미국도 우리 못지않게 따돌림을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영화 속 이야기는 아픈 상처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닫고 안으로 움츠러든 소년의 이야기다.

 

즉 타인들이 괴롭히며 강제로 외톨이를 만드는 우리네 왕따와 결이 다르다.

그렇더라도 그 아픔을 보듬고 스스로 과거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여럿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스스로 원하든 원치 않든 고립돼 살아간다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이자 상처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더불어 영화 곳곳에 보이는 1980년대 흔적들이 반갑다.

 

더블데크 카세트부터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 딕시스 미드나잇 런너스의 'Come On Eileen' 등 귀에 익은 80년대 히트곡들이 흘러나온다.

결정적으로 반가운 것은 짐 셔먼 감독의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다.

 

극 중 찰리와 패트릭, 샘은 이 영화에 빠져서 주말마다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며 코스튬 플레이를 한다.

1970년대 영화인 록키 호러 픽쳐 쇼는 컬트 영화의 시조 같은 작품으로 사실상 컬트 붐을 일으킨 명작이다.

 

정작 이야기보다 1980년대 흔적이 더 반가운 작품이었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입자가 두드러지는 편이고 윤곽선도 예리하지 않아 좋은 화질은 아니다.

특히 밤 장면은 더 거칠어 보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역시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배우들의 해설, 제작진 인터뷰와 삭제 장면 및 NG 장면들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두 편의 음성해설 가운데 감독 해설에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너와 내가 아끼는 사람들은 왜 우리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택할까" 극 중 샘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크보스키 감독은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주인공 찰리가 자신이 아니라고 밝혔다.
크보스키 감독은 주인공 찰리처럼 피츠버그에서 나고 자랐다.
월플라워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유명 배우 존 말코비치가 제작을 맡았다.
무도회 장면은 피츠버그의 피터스 타운십 중학교에서 촬영.
터널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는 주제가처럼 쓰였다.
1980년대 청춘들에게 더블데크는 꿈의 기기였다. 한쪽에서 돌아가는 카세트 테이프를 바로 옆에서 녹음할 수 있어서 편집 테이프를 만들어 선물하기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두 대의 카세트 데크를 붙여 놓고 녹음해야 한다.
펜실베니아주 도몬트의 할리우드 극장에서 '록키 호러 픽쳐 쇼' 장면을 촬영. 원래 이 곳은 폐쇄된 극장이었으나 영화 촬영을 한 뒤 사람들이 운영비를 모금해 다시 개장했다.
'록키 호러 픽쳐 쇼'가 만들어낸 컬트문화. 사람들은 매주 극장에 모여 극 중 배우들처럼 꾸민뒤 똑같이 춤과 노래를 따라하며 영화를 본다.
맥클리랜드 로드에 있는 킹스 패밀리 레스토랑은 감독이 어려서 자주 가던 곳이다.
영국 런던에서 자라 브라운대학을 다닌 엠마 왓슨은 촬영 때문에 미국식 억양을 다시 익혔다.
주인공 찰리를 연기한 로건 래먼은 영화 '패트리어트'에서 둘째 아들로 나온 아역 배우였다. 이후 '퓨리'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등에 출연했다.
크보스키 감독은 여동생들이 만났던 남자들의 모습을 샘의 남자친구은 크레이그라는 캐릭터에 녹여 넣었다. 감독은 여동생이 "이해할 수 없는 남자들을 만났다"고 불평했다.
극 중 이모가 사고를 당하는 언덕길은 어려서 감독이 살았단 동네다. 언덕 맨 위에 보이는 집이 감독의 집이었다.
크보스키 감독은 영화를 만든 이유 중 하나로 "아빠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을 딸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고교생인 누나가 임신했다가 낙태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삭제됐다. 블루레이 부록에 그 장면이 들어 있다.
크보스키 감독이 1999년에 출간한 원작소설에서 패트릭과 매리는 영화와 달리 줄담배를 피는 것으로 나온다. 찰리도 소설에서는 담배를 피운다.
원래 이 작품은 존 휴즈 감독이 판권을 사서 각본을 쓰고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휴즈 감독은 샤이아 라보프에게 주인공, 커스틴 던스트에게 샘 역을 맡겨 블랙코미디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휴즈 감독이 사망하면서 중단됐다.
터널 장면은 피츠버그 중심가로 향하는 포트 핏 터널에서 촬영. 극 중 찰리가 쓰는 편지 속 '친구에게' 문장의 친구는 관객을 의미한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월플라워 : 블루레이
 
월플라워 풀슬립 (일반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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