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이끼

울프팩 2010. 7. 17. 12:15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를 보기 전에 윤태호가 그린 원작 만화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내용을 미리 알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의 그림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를 담백하게 볼 수 있었다.
원작을 배제하고 본 영화는 밀실 추리소설 같은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다양한 인물과 공간이 등장하지만 사건의 무대는 권력자인 이장이 지배하는 어느 외딴 마을이다.
이곳에서 벌어진 어느 노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은 결국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점에서 밀실 추리소설과 다름없다.

그만큼 영화는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는 곧 주어진 5장의 패를 들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포커게임 같다는 소리다.

얼마 되지 않는 인물들 중에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드러났다.
그렇다보니 반전에 대한 궁금증도 초반에 쉽게 풀려 버린다.

결국 남은 것은 상영 시간을 버텨내야 할 드라마 투르기의 힘이다.
강 감독은 이를 상당 부분 캐릭터로 버텨낸다.

젊은 시절부터 노인까지 위악스런 이장을 연기한 정재영, 광기에 몸을 떠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류해진, 긴장감을 잔뜩 불어넣는 인물을 연기한 김상호와 김준배, 그리고 절도있는 검사에 딱 떨어지는 유준상, 오히려 약해 보이면서 힘이 느껴지는 박해일과 묘한 분위기의 유선까지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 단단히 했다.
특히 막판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정재영의 연기는 압권이다.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이야기가 길어진 듯 싶지만, 그래도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은 너무했다.
물론 원작과 다른 결말로 원작을 아는 사람들도 붙잡아 두는 맛이 있긴 하지만 좀 더 군살을 쳐냈더라면 훨씬 속도감있는 영화가 됐을 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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