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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사 갈란테 'Debut'

울프팩 2005. 1. 29. 14:45

이네사 갈란테(Inesse Galante)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1990년대 말, 자주 가던 레코드점에서 새로 나온 클래식 신보를 모아놓은 곳에 그의 앨범 '데뷔'(Debut)가 꽂혀 있었다.

레이블도 생소한 오스트리아의 챔피언이라는 레코드사에서 나온 수입 음반이었다.
이 음반에 눈이 간 이유는 비닐 커버에 붙여놓은 스티커 때문이었다.

"감동적인 목소리" 어쩌고 저쩌고 하는 늘 듣는 수식어와 함께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처음 소개한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16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Giulio Caccini)는 당시 국내에서 그리 낯익은 이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훗날 작곡가가 카치니가 아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바빌로프(Vladimir Vavilov)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워낙 곡 스타일이 카치니와 달라 논란이 많았는데 결국 바빌로프가 1970년 작곡한 것으로 확인됐다.

훗날 음반업자들이 1973년 타계한 바빌로프보다 널리 알려진 카치니 이름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신선한 목소리로 듣는 신선한 노래라는 이유로 이 음반을 구입해 집에 와서 들었다.

8번째 트랙에 실린 '아베마리아'가 갈란테의 목소리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노래가 끝날 때까지 꼼짝할 수 없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조심스럽게 흐르는 비감한 선율은 한마디로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특히 절정에서 소리를 안으로 삼키듯 머금는 갈란테의 목소리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감동을 선사한다.
그 뒤로 조수미, 안드레아 보첼리 등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절정에서 갈란테만큼 눈물이 나오게 감동적인 소리를 들려주지 못했다.

갈란테 덕분에 유명해진 '아베마리아'는 이후 2001년 SBS 드라마 '순자'에도 삽입돼 유명세를 떨쳤다.
이 노래를 부른 갈란테는 1995년 '데뷔'음반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소프라노다.

라트비아가 고향이며 그곳의 리가 음악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약점으로 작용해 알려질 기회가 없었던 것.
그러나 1992년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파미노 역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고 '데뷔' 음반 이후 세계적 성악가로 우뚝 섰다.

그의 특징은 정교한 발성에 있다.
동구권 성악가들이 그렇듯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직한 소리에 치중한다.

'아베마리아'에서도 그렇듯, 그는 필요할 때 약간의 비브라토를 사용할 뿐 정확한 발성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덕분에 음이 정직하면서 음색 또한 곱다.

국내에서 2001년과 2003년 두 번에 걸쳐 공연을 가졌다.
고즈넉한 저녁 그의 노래를 듣노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벅찬 감동이 끓어오르기도 한다.

이네사 갈란테의 '데뷔'.
이 시대의 위대한 목소리를 담은 위대한 음반이다.

이네사 갈란테 '아베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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