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인비저블맨(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7. 12. 00:01

인류의 위대한 예언자라면 흔히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를 말한다.

하지만 알듯 말 듯 이상한 시로 쓰여 있는 그의 예언서는 해석도 제각각이고 종잡을 수 없다.

 

하물며 과학적 근거를 찾기란 더욱 힘들다.

오히려 과학적 추론을 바탕으로 미래 문명을 예언한 위대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19세기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다.

 

원자폭탄을 예언한 위대한 예언자 HG 웰스

노벨문학상 후보에 네 차례나 올랐던 HG 웰스는 뛰어난 소설가이기 이전에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언했던 미래학자였다.

그는 '과학과 기계의 발전이 인간의 삶과 사고에 미치는 반작용 예측'이라는 기다란 에세이에서 자동차와 철도 등 대중교통이 발달하면서 교통 체증이 일어날 것으로 봤고 도시가 꾸준히 확장돼 교외 지구가 등장하는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예상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유엔 같은 국제연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가 집필한 여러 공상과학(SF) 소설들은 오늘날 다양한 모습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핵폭탄의 예언이다.

원자폭탄은 그가 소설에 쓴 아이디어에 힘입어 등장했다.

 

그는 '해방된 세계'라는 소설을 통해 연쇄반응으로 위력을 증대시키는 폭탄을 소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원자폭탄 개발 제의를 받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핵의 붕괴 속도가 너무 느려서 폭탄을 만들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때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Leo Szilard)는 HG 웰스의 소설을 예로 들며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핵반응을 가속시켜 엄청난 위력의 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세계 최초로 액체추진 로켓을 만든 로버트 고다드(Robert Hutchings Goddard)는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에 나오는 화성인의 우주선에 매료돼 로켓 개발을 하게 됐다.

 

'투명인간'도 마찬가지로 현실화되고 있다.

웰스는 이 소설에서 '물체가 보이는 것은 빛이 반사되거나 흡수되고 굴절되기 때문'이라며 '물에 넣은 유리가 빛의 굴절로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몸에 닿는 빛이 공기와 같은 굴절률을 가지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라고 썼다.

 

이는 실제로 현대 군사기술인 광학미채의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리 워넬(Leigh Whannell) 감독의 영화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2020년)은 현실적이다.

 

현실적으로 접근한 영화

영화는 HG 웰스의 소설을 토대로 만들었지만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을 뿐 많이 다르다.

소설에서는 사람의 세포를 유리 같은 빛의 굴절도를 주는 약품을 발명한 과학자가 약을 먹고 투명인간이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광학미채로 만든 특수 의상이 등장한다.

즉 온몸을 세포처럼 뒤덮은 홀로그램 카메라가 360도 촬영한 외부 영상을 반사하듯 그대로 재현해 해당 공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한 세상이라면 광학미채의 등장이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열영상 카메라나 적외선 카메라 등 탐지기술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완벽한 투명인간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웰스가 소설에 쓴 투명인간이 또 다른 방법으로 현실화될 수 있게 됐다.

영화와 소설이 같은 점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존재가 주는 공포감이다.

 

소설 속 그리핀이라는 과학자(올리버 잭슨 코헨,  Oliver Jackson-Cohen)는 이를 이용해 공포정치의 현실화를 꾀한다.

같은 이름을 쓰는 영화 속 과학자는 여인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 Elisabeth Moss)를 향한 스토킹에 악용한다.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세실리아는 아이를 낳아줄 것을 요구하는 그리핀의 감시를 피해 달아난다.

그 뒤 그리핀은 화재로 죽었다고 알려졌지만 세실리아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감지하며 이를 믿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존재인 투명인간의 괴롭힘은 집요하다.

직접적인 물리적 위해보다 다른 사람이 세실리아를 믿지 못하고 두려워하도록 숨 막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즉 세실리아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도록 사람들에게 거부감과 두려움을 심는 것이다.

급기야 살인 누명까지 쓰게 된 세실리아는 정면으로 투명인간에 맞서기로 한다.

 

직접 각본을 쓴 리 워넬 감독은 투명인간의 괴롭힘에 맞서 세실리아가 돌아서기까지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을 치밀하게 구성했다.

투명인간의 정교한 악행은 제법 그럴듯해 수긍이 가며 막판 세실리아의 복수 또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발함이 있다.

 

적은 인원과 이렇다 할 특수 효과가 많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연출을 잘했다.

그만큼 감독의 연출 역량이 돋보이는 영화다.

 

아울러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설정상 투명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다 보니 사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모스 혼자서 끌어가는 셈이다.

 

그만큼 부담이 컸을 텐데도 그의 공포스러운 표정 연기는 덩달아 보는 사람마저 긴장시킬 만큼 상황 전달력이 뛰어나다.

아마 모스가 없었다면 이야기를 끌어가기 힘들었을 영화다.

 

보이지 않는 키보드 워리어들의 폐해

영화 속 투명인간의 존재는 꼭 과학기술을 빌리지 않더라고 요즘 우리 사회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키보드와 모니터 뒤에 숨어 숱한 독설을 쏟아내며 상대를 저격하는 키보드 워리어들도 투명인간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이 영화가 강조한 투명인간의 공포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인간 본성의 악한 측면일 수 있다.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타인을 공격하는 존재들이야말로 투명인간의 공포를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마냥 SF물이나 공포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미 현실 속에서 그보다 더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의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으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데도 암부 디테일이 묻히지 않고 잘 살아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리어 채널에서 몰아치는 파도 소리가 웅장하게 들린다.

부록으로 삭제 장면, 제작 과정, 감독과 배우 인터뷰, 캐릭터 설명, 감독의 음성 해설 등이 들어 있다.

 

음성 해설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이 들어 있으며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공포물을 좋아하는 리 워넬 감독은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던 캐릭터에 흥미를 느껴 이를 바꿔 놓았다. 
투명인간을 연기한 스턴트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록색으로 감싼 슈트를 입고 연기했다. 이후 컴퓨터그래픽으로 초록 슈트를 지워 투명인간을 표현했다.
투명인간의 집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 있는 제링공에서 촬영.
샌프란시스코 거리 장면도 호주 시드니에서 촬영.
교도소 장면과 주차장 추격전도 시드니에서 찍었다.
투명인간과 싸우는 장면은 모션제어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 모션제어 카메라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카메라가 앵글을 바꾸며 움직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정확한 연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제작진은 배우들이 정확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숫자를 불러준다.
우리는 실제로 사람을 극한의 공포와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투명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 인터넷과 SNS에서 독설을 뿜어대는 사람들이야말로 투명인간이나 다름없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인비저블 맨 (1Disc) : 블루레이
인비저블 맨 (2Disc 4K UHD BD 초도한정 슬립케이스)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엠마뉴엘2(블루레이)  (2) 2020.07.27
엠마(블루레이)  (2) 2020.07.18
조조 래빗(블루레이)  (0) 2020.07.10
로마 위드 러브(블루레이)  (0) 2020.07.05
작은 아씨들(블루레이)  (0) 20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