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울프팩 2004. 9. 19. 13:08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는 스타일리시 무비의 전형을 보여준 작품이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옥상 결투 장면과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 빗속 결투,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학살을 연상케 하는 계단 살인사건 등에 쓰인 영상들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이 감독이 그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증거.
악역을 맡은 안성기의 변신과 느물 느물한 박중훈의 표정 연기도 좋았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형사들의 리얼 액션도 볼 만한, 드라마와 액션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수작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SE 판 DVD는 레터박스로 나왔던 일반판과 달리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스크래치와 잡티가 보이지만 일반판보다 한결 나아졌다.
오히려 어설프게 만든 요즘 영화보다 화질이 좋은 느낌.

음향은 DTS와 돌비 디지털 5.1을 지원한다.
각종 효과음과 생활소음, 특히 비지스의 'holiday'를 서라운드로 듣는 맛이 일품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부의 강렬하고 삭막한 느낌의 흑백 화면. 스타일리시 무비의 시작이다.
이 영화부터 장동건의 연기가 진지해지고 눈에 띄게 늘었다.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학살 장면을 연상케 하는 계단 살인은 비지스의 'Holiday'와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준다.
보고 또 봐도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자 액션.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장면. 이 감독의 재치가 돋보인다.
표정 연기가 돋보인 박중훈과 안성기의 애인 역할을 맡은 최지우.
기차 속 결투 장면은 정신없이 볶아치는 리얼 액션의 맛을 잘 살렸다.
이 작품의 백미. 빗방울 입자가 굵게 보이는 가운데 임계의 탄광촌에서 안성기와 박중훈이 슬로 모션과 정지 화면으로 주먹을 주고받는 이 장면은 한국영화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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