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작전명 발키리

울프팩 2009. 1. 24. 23:11
2차 세계대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다. (영화에서는 영어식 발음인 슈타펜버그로 나오지만 정확한 이름은 슈타우펜베르크이다.)

1907년생인 그는 이름이 말해주듯 독일 귀족 출신이다.
가톨릭 신도였던 그는 잘 생긴 외모와 타고난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며, 운동에 만능이었다.
또 문학이나 음악적 소양도 뛰어났기에 육군 대학을 졸업한 뒤 불과 34세에 대령으로 진급할 만큼 촉망받는 장교였다.

동부 러시아 전선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 아프리카 튀니지 전투 등에 참전했으며 아프리카 전투 중 영국 전투기의 습격을 받아 한쪽 눈과 오른손, 왼손의 손가락 2개를 잃는 큰 부상을 당한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그는 독일과 독일 국민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히틀러 암살음모 사건에 적극 가담한다.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든 '작전명 발키리'는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앞뒤를 차치하고 1944년 7월20일 발생한 히틀러 암살음모 사건은 단순 암살시도가 아닌 2차 세계대전사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오랜 시간 여러 사람과 함께 치밀한 준비 끝에 영국제 폭탄으로 암살을 시도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실패한다.
그가 히틀러 바로 옆 발 밑에 놓아둔 폭탄 가방을 참모인 브란트 대령이 발에 걸리자 옆으로 옮겨 놓는 바람에 히틀러는 가벼운 화상과 청력이 조금 손상되는 부상을 입고 슈문트 장군 등 엉뚱한 사람들이 죽었다.(영화는 사실과 다르게 이 부분을 다소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비록 슈타우펜베르크는 히틀러 암살에 실패했지만 종전을 앞당기는데 큰 기여를 했다.
엉뚱하게도 히틀러가 살아남아 암살자들에 대한 보복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암살사건에는 에르빈 롬멜을 비롯해 독일의 유능한 장군들이 다수 가담했다.
히틀러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은 가차없이 죽여버렸다.

불과 37세에 생을 마감한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가문은 부인과 아들을 제외하고는 멸족되다시피 했고, 롬멜은 자살을 종용받아 독극물을 먹고 생을 마감했다.
카나리스 제독, 크루게 원수, 울브리히트 장군, 베크 대장, 빗츠레벤 원수, 헤프너 대장 등 유수의 별들이 이때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히틀러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결국 독일군은 작전의 성패와 상관없이 히틀러의 고집대로 움직였고, 패망을 자초했다.

역사의 가정은 아무 의미없는 일이지만 이들이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롬멜 등 독일 장군들이 살아있었더라도 노르만디 상륙작전으로 전세가 기운 마당에 독일이 이기기는 힘들었겠지만 전쟁이 오래갈 수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히틀러 암살음모 사건은 단순 암살 시도를 뛰어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슈타우펜베르크는 전후 독일에서 재조명을 받아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꽤 많이 생겼고, 암살 가담자들을 기리는 추모비도 건립됐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본다면 '작전명 발키리'는 꽤 볼만 한 작품이다.
그러나 사전 지식이 없다면 지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롬멜 접촉 등 음모사건의 전후 배경이 모두 생략됐고, 등장인물들의 계급과 직함 등이 나오지 않아 가담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인 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톰 크루즈와 빌 나이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참고로 이 작품과 동일한 제목과 내용의 영화가 2004년 개봉한 적이 있다.
조 바이어가 감독했고,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역할은 '블랙북'에서 독일군 장교로 나온 세바스티안 코치가 맡았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982년 동도문화사에서 전집으로 펴낸 '승리와 패배' 시리즈 가운데 로저 만벨이 쓴 '히틀러 암살음모 사건'과 1980년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전집 '실록 제 2차 세계대전' 중 15권이 볼 만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4) 2009.02.21
워낭소리  (4) 2009.02.07
디파이언스  (4) 2009.01.18
로맨틱 아일랜드  (2) 2009.01.04
달콤한 거짓말  (0) 200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