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젠틀맨(블루레이)

울프팩 2020. 9. 19. 07:36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은 앞뒤 복선을 정교하게 깔아서 이야기를 뒤집는데 탁월하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스내치'(Snatch), '맨 프롬 엉클'(The Man from U.N.C.L.E) 등 그가 만든 영화를 보면 이런 복선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막판의 시원한 결말로 치닫는다.

 

마치 처음에는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으나 시간이 지나서 하나 둘 아귀가 맞으면 커다란 그림이 나타나는 퍼즐 같다.

'젠틀맨'(The Gentlemen, 2020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정교한 추리소설처럼 복선을 깔아놓은 범죄 드라마다.

영국 최고의 대마초 공급책인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 Matthew McConaughey)이 대마초 공장을 팔기 위해 미국의 백만장자 매튜(제레미 스트롱, Jeremy Strong)와 협상을 벌인다.

 

그런데 이 와중에 대마초 공장이 털리고 믹키가 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믹키의 오른팔 레이먼드(찰리 허냄, Charlie Hunnam)가 나서고 돈 냄새를 맡은 사립탐정 플레처(휴 그랜트, Hugh Grant)가 뛰어든다.

 

여기에 새로운 범죄 왕을 꿈꾸는 중국 헤로인 조직의 신예 드라이 아이(헨리 골딩, Henry Golding)가 나서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다.

가이 리치 감독이 만든 영화의 묘미는 처음에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아서 뭐가 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커다란 그림을 만들며 시원하게 해결되는 데 있다.

 

이 작품도 초반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어수선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하나씩 정리된다.

그 정리 과정이 명쾌하고 시원해서 어려운 퍼즐을 맞춘 것처럼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대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들을 감당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대사들과 불쑥 끼어드는 인물들 때문에 산만하게 느낄 수 있으나 이를 참고 견디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특색이 뚜렷한 인물들이다.

마약왕은 차갑고 냉혹한 전형적인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이며, 미국의 백만장자는 어떻게든 가격을 후려쳐 싸게 사들이려는 자본주의적 속성을 고스란히 지닌 장사꾼, 레이먼드나 불쑥 튀어나오는 체육관장(콜린 파렐, Colin Farrell)은 책임질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우직한 인물로 등장한다.

 

반면 잇속을 챙기기 위해 위험한 줄타기를 벌이는 사립탐정과 틈새를 노려 새로운 마약왕의 부상을 꿈꾸는 드라이 아이는 기회주의적 인물들이다.

그만큼 각본을 쓴 가이 리치 감독이 다채로운 인물들을 훌륭하게 창조했다.

 

다만 아시아계를 지나치게 비열하게 그린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지만 영화적 설정으로 봐야 할 듯싶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등장해 다양한 역할을 확실하게 소화했는데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은 휴 그랜트다.

 

여러 영화들에서 맡은 배역 때문에 바람둥이 역할이 우선 떠오르는 휴 그랜트는 이 작품에서 180도 달라진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약간은 비열하고 음흉한 사립탐정 역할을 맡아서 턱수염을 기르고 등장했는데 언뜻 보면 꼭 알 파치노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달라진 휴 그랜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진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총격전이 많지 않아서 소리가 요란하지는 않지만 적절하게 채널을 가동해 각종 효과음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촬영 현장 스케치, 배우와 제작진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 록시 뮤직의 'In Every Dream Home a Heartache' 등의 삽입곡들과 크리스 벤스타드가 담당한 음악들도 좋다.
수염을 기른 휴 그랜트는 언뜻보면 알 파치노 같다.
가이 리치 감독은 캘리포니아의 대마 사업을 조사한 뒤 대본을 썼다.
콜린 파렐이 쓴 안경은 개인 회사에서 만든 빈티지 제품이다. 그의 트레이닝복도 영화를 위해 만든 맞춤옷이다.
힙합 뮤직비디오처럼 만든 영상. 가이 리치 감독은 패션에 아주 관심이 많다.
가이 리치 감독은 촬영 당일까지 대본을 계속 수정해 배우들이 힘들었다.
가이 리치 감독은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독특한 리허설을 했다. 배우들이 책상에 앉아서 대본을 읽는게 아니라 소품까지 갖춰놓고 촬영장에서 간이 촬영을 하는 연습이다. 현장에 대사 프롬프터까지 설치했다.
찰리 허냄이 영화에서 신고 나온 모든 신발은 영화를 위해 따로 만들었다.
가이 리치 감독은 이 작품에서 블랙박스 리딩을 하며 12시간에 전체 이야기를 간이 촬영했다.
촬영은 실사판 '알라딘'을 찍은 앨런 스튜어트가 맡았다.
원래 피어슨의 부인 역할은 케이트 베킨세일이 맡았다. 그러나 촬영 시작하고 2주 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해 미셀 도커리가 대신 출연했다.
피어슨이 부인을 다치게 한 대가로 살 1파운드를 요구하는 장면은 세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따왔다.
대사가 많은 휴 그랜트는 쪽지 대본을 숨겨 놓고 보면서 연기를 했다고 한다.
가이 리치 감독은 제작에도 참여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젠틀맨 (1Disc 풀슬립 한정판) : 블루레이
 
젠틀맨 (1Disc)
가이 리치 / 매튜 맥커너히/휴 그랜트/콜린 파렐/찰리 허냄/헨리 골딩/미셀 도커리 외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도원(블루레이)  (0) 2020.09.23
봉오동 전투(블루레이)  (2) 2020.09.21
슬럼독 밀리어네어(블루레이)  (0) 2020.09.13
존 윅 리로드(4K 블루레이)  (0) 2020.09.05
공각기동대(블루레이)  (2) 202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