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SE)

울프팩 2009. 5. 2. 23:48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본격적인 만주 활극이다.
만주를 무대로 서부극의 구조를 그대로 따온 영화라는 뜻.

내용이나 형식을 보면 사실상 이탈리아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짙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
이 장면에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왔다갔다하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묘사한 것까지 '석양의 무법자'를 닮았다.

여기에 송강호가 옷 속에 철판을 집어넣어 살아남는 대목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에 쓰인 유명한 장면이다.
또 일본군이 가세해 대포를 쏘아대는 추격전은 샌드힐 묘지에 다다르기 전 남군과 북군의 스펙터클한 진지전을 연상케 한다.

배우들 생김새도 닮았다.
정우성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날카로운 눈매의 이병헌은 리 반 클리프, 송강호는 퉁퉁한 얼굴의 일라이 왈라치를 의식한 캐스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석양의 무법자' 베끼기가 아닌 것은 속도감있는 액션 때문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가 여유와 치밀함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반면 김지운 감독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화려한 액션으로 폭풍처럼 몰아친다.

일부에서는 빈약한 이야기 구조도 문제 삼지만 본격적인 오락물을 표방한 만큼 볼거리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큰 흠은 아니라고 본다.

3장의 디스크로 나온 DVD의 가장 큰 매력은 극장판과 인터내셔널 판이 모두 수록됐다는 점.
인터내셔널 판은 극장판보다 상영 시간은 짧지만 극장판에 없는 장면이 들어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블루레이 만큼은 아니지만 DVD 치고는 좋은 편이다.
음향은 DTS-ES를 지원.
사운드가 요란하기는 한데 째지는 듯한 고음이 귀에 거슬린다.

3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록은 제작과정, 인터뷰, 삭제장면 등을 담고 있다.

문제는 2번째 인터내셔널 디스크.
DVD플레이어에 따라 중간에 멈췄다가 재생되거나 아예 재생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부분을 건너뛰면 해결되지만 이 문제 때문에 리콜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문제가 재발된 것을 보면 제작사의 꼼꼼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법 복제만 탓할 게 아니라 DVD 타이틀의 완성도를 높여야 DVD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고 제 값을 받을 수 있다.
대작인 만큼 완성도를 높여 블루레이 타이틀로 다시 나오기를 기대한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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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서부극이라는 점이 독특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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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60km로 달리는 증기 기관차를 따라가며 촬영한 부감 샷은 플라잉 캠으로 촬영. 모형 비행기 아래 카메라를 매달고 따라가며 찍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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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강도인 송강호가 요란하게 총을 쏴대며 강도짓을 벌이는 기차 내부 장면은 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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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빌린 기차는 1930년대 운행했던 실제 기차다. 이 영화를 찍고나서 폐기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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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의 형태를 빌렸지만 온갖 탈것과 무기가 등장하는 퓨전활극이다. 송강호가 달아나는 이 장면은 와이어 캠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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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섬뜩한 악역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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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지가 해발 2,000미터 이상의 고도이다보니 배우들이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갖고 다니며 연기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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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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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이 작품을 "아날로그 액션의 최고 결정판"이라고 자부한다. 모든 액션이나 추격 장면을 CG없이 몸으로 직접 연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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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와이어에 매달려 허공을 날며 총을 쏘는 장면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똑같이 와이어에 의지한 채 허공을 날며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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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마주보고 선 채 간발의 차이로 총을 먼저 뽑은 사람이 승리를 거머쥐는 일 대 일 대결은 서부극을 상징하는 클리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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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사막 추격전은 차량에 카메라를 싣고 따라서 달리며 촬영. 이모개 촬영 감독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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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는 장면이 아주 훌륭했던 정우성. 달리는 말 위에서 장총을 한 손으로 돌려 사격하는 장면은 실제 총을 돌리며 정우성이 연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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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추격 장면은 둔황서 찍었다. 일부 장면은 미니 모형 헬기에 캠을 매달아 찍은 플라잉 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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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으로 말과 사람이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인형을 사용. 승마 문화를 즐기는 영국에서는 말이 쓰러지는 일부 장면을 잘라내고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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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정우성이 일본군의 막판 추격을 다이너마이트로 격퇴하는 장면은 국내 상영판에는 없고 인터내셔널 버전에만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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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쓰인 총기는 홍콩에서 공수된 실제 총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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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를 앞둔 인물들의 눈을 크게 잡은 익스트림 클로즈 업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전매 특허. '석양의 무법자'의 막판 결투 장면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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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부 장면이 미완성인채 칸영화제에서 상영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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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제작사 측에서는 1,000만 관객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700만명을 웃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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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서부극의 정서를 모르는 세대들에게는 그저 요란한 액션으로 그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들이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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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타이틀에는 막판 결투후 눈 내리는 귀시장에서 송강호와 정우성이 다시 대결을 벌이는 삭제 장면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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