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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 'dschinghis khan'

울프팩 2009. 1. 9. 09:33

징기스칸 - 'dschinghis khan'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 국민학교 6학년때 꽤 히트한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독일 그룹 징기스칸의 '징기스칸'(dschinghis khan)이라는 노래다.

처음 들었을 때는 징~징~징기스칸~ 이라는 노래말이 우습기도 했지만 자꾸 들으니 재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흥겨웠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애도 좋아할 정도였으니, 국내에서의 인기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불었던 디스코 열풍도 한 몫했다.

이 노래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자 곧바로 조경수라는 가수가 번안해서 불렀다.
배우 조승우의 아버지인 조경수는 '행복이란'이라는 부드러운 노래로 유명한데, 'YMCA'를 비롯해 '징기스칸' 등 외국 번안곡도 곧잘 불렀다.

그런데 80년대 들어 어느날 라디오 전파까지 탔던 이 노래가 갑자기 사라졌다.
나라에서 국토를 침범한 징기스칸을 추앙한다는게 말이 되냐는 이유로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조경수의 번안곡은 물론이고 원곡도 오랜 세월 금지곡이 됐다.

그래서 그때 구입한 노란색 B급 카세트 테이프가 참으로 소중했다.
여기에는 금지곡 '징기스칸'을 비롯해 '롬' '마추피추' '하치하렛오마' 등 그들의 히트곡이 대부분 수록돼 있다.

이후 그들의 팬이 돼서 80년대 록과 메틀을 열심히 들으면서도 이들의 앨범을 꼬박꼬박 사모았다.
그만큼 징기스칸은 학창 시절 추억이 묻어 있는 그룹이다.

지금은 추억의 그룹이 돼버린 징기스칸은 1979년에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출전을 위해 독일에서 6인조로 결성됐다.
당시 대회에서 우승은 못했지만 그들이 들고나간 '징기스칸'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다.

특히 루이 헨드릭 포트기터가 징기스칸 복장을 한 채 껑충껑충 뛰거나 빙빙돌며 춤을 추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로 '롬' '모스코우' '하치대작전' '사무라이' '콘티키' '사하라' 등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지명 등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던 이들은 80년대 초반까지 꽤 인기를 끌었으나 디스코의 쇠퇴와 더불어 80년대 중반에 해체했다.

2005년 그룹이 재결성되기 전까지 원년 멤버인 레슬리 만도키는 뉴튼패밀리의 싱어였던 에바 선과 결혼해 '코리아'라는 노래를 만들어 불러 88 서울올림픽때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후 징기스칸 역할을 한 루이 헨드릭 포티기터가 93년에 죽은 뒤 2005년에 슈테판 트랙이 들어와 징기스칸 노릇을 하며 재결성했으나 2006년 원년 멤버인 스티브 벤더마저 암으로 죽으면서 그룹은 활동이 뜸해졌다.

징기스칸은 2000년대 들어 복고바람과 함께 청바지 광고 음악 등에 쓰이며 관심을 끌었고, 결정적으로 지난해 일본에서는 아이돌 그룹 베리즈 코보가 독특한 춤과 함께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징기스칸 - 'Hadschi Halef Omar': 하치대작전은 징기스칸 노래 가운데 가장 좋아한 곡이다
징기스칸 - 'Loreley': 독일 민요가 아니다. 징기스칸 노래 가운데 애잔한 발라드 풍 노래다.
징기스칸 - 'Pistolero': 이 곡 역시 꽤 흥겨운 노래다.
징기스칸 - 'The Rocking Son of Dschinghis Khan': 독특한 추임새와 후렴구가 재밌는 곡.
징기스칸 - 1979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출전 모습. 사실상 이들의 데뷔 무대다.
베리즈 코보 - 'Dschinghis Khan': 압권은 이 친구들이다. 노래를 완전 코미디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