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천년학

울프팩 2007. 8. 31. 13:35

'천년학'(2007년)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100편의 작품을 만든 감독은 흔치 않다.

그만큼 '천년학'은 임 감독 개인 뿐 아니라 우리 영화계 전체에 걸쳐 의미가 큰 작품이다.
그래서 임 감독이 100번째 작품으로 '서편제'의 후속작인 '천년학'을 고른 이유가 짐작이 간다.
1993년 개봉한 '서편제'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100만 관객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 작품은 소설가 이청준의 '남도사람' 연작 가운데 3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인 '서편제'와 두 번째인 '소리의 빛'은 영화 '서편제'로 합쳐졌고 세 번째 작품 '선학동 나그네'가 이번에 '천년학'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됐다.
당시 '서편제'의 후속작을 바로 제작하지 않은 이유는 막판 학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특수효과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이 작품은 우리 소리와 전통에 대한 이 작가와 임 감독의 집착이 묻어있다.
새로운 것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가락은 어찌보면 두 노장의 모습과도 닮았다.
그렇기에 임 감독과 정성일 촬영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제대로 된 맛이 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영화는 '서편제' 이후 맹인이 된 누이를 찾는 동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누이를 큰 소리꾼으로 키워보려던 아버지의 욕심과 달리 누이는 소리를 찾는 이 없어 변방으로 떠도는 신세가 된다.
어렵게 누이를 찾아 북 장단을 맞춰보는 동생은 누이의 소리 속에서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천년학을 본다.

영화는 소리 따라 흐른 세월을 유장한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장면 전환이 빠른 할리우드 영화와 TV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다면 그윽한 영상의 깊이를 지긋이 참고 견디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미 팝과 가요에 젖어 판소리를 끝까지 듣기 힘든 이치와 비슷하다.
결국 진양조 가락같은 노장의 숨결은 흥행 실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좋지 않다.
영상이 전체적으로 탁하고 뿌연 편이어서 색감이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미미하다.
또 전체적으로 음량이 작아서 한글 자막을 켜지 않으면 대사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년학'을 만든 임 감독은 올해 71세의 노장이다. 좌익이었던 아버지때문에 어려서 힘든 생활을 한 그는 우연히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아 소품, 조명 등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5세때인 1962년 '두만강아 잘있거라'로 감독 데뷔,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 '장군의 아들'로 흥행 기록을 세웠고 92번째 작품 '서편제'로 100만 관객을 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는 '서편제'의 오누이 시절부터 시작한다. DVD는 전체적으로 화질이 탁하고 뿌옇다보니 색감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임 감독은 촬영 현장에 판소리를 틀어놓고 촬영했다. 젊은 제작진들이 우리 소리와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매는 조정현과 오정해가 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극중 조 명창 역할은 인간문화재 송순섭 옹이 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이 찾아오는 선학동 옛 집은 촬영을 위해 세운 세트다. 뒤에 보이는 물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임 감독의 작품은 주제는 물론이고 영상 또한 지극히 한국적이다. 우리 색깔을 제대로 찾아서 표현하는 점이 그의 매력이요, 특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이를 찾아 떠도는 조정현과 살림을 차리는 악극단 배우 단심 역은 오승은이 맡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의 음악은 양방언이 맡았으며 연주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담당.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호의 정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전남 광양의 청매실 농원에서 촬영. 정자는 오픈 세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정적이면서 토속적인 영상은 훌륭하지만 내용이 '서편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늘어지는 게 흠.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와 담배  (0) 2007.09.14
누가 그녀와 잤을까  (2) 2007.09.07
누구나 비밀은 있다 (SE)  (0) 2007.08.15
사랑해 파리  (0) 2007.08.12
리핑-10개의 재앙  (2) 2007.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