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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철콘 근크리트

울프팩 2008. 1. 30. 22:44
마이클 아리아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Tekkon Kinkreet, 2006년)를 보면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 '두더지'가 떠오른다.
두 작품은 상당히 닮았다.

'이나중 탁구부'를 그린 후루야 미노루의 걸작 '두더지'는 상당히 암울하다.
험한 세상 속에서 그저 보통 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중학생의 고단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더 할 수 없이 냉철한 사회 비판 교과서다.

'철콘 근크리트'의 주인공들인 쿠로와 시로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단순하게 살아가는 두 소년에게 개발 논리에 묻혀 날로 변해가는 도시는 정글이다.
그 속에서 두 소년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폭력이다.
그러면서도 두 소년은 마음 속에서 꿈틀대는 선과 악의 대립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세상에 대한 냉소적 논리로 가득찬 이 작품은 결코 디즈니 만화에서는 볼 수 없는 저패니메이션만의 사회비판적이며 좌파적인 시각이 돋보인다.
놀라운 것은 감독이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이라는 점.

할리우드에서 특수효과 관련된 일을 하던 마이클 아리아스는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가 망한 뒤 일본에 건너와 바이블처럼 매달렸던 책이 바로 마쓰모토 다이요의 원작 만화였다.
그는 아마 원작 만화 속에서 절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때부터 그는 구상 10년, 제작 3년이라는 시간 끝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와 캐릭터 등은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고, 세밀한 배경과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은 전적으로 마이클 아리아스 감독의 공이다.

세상이 마냥 아름답지많은 않기에 꿈을 꾸는 사람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이 빛난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일본 타이틀 치고는 화질이 괜찮다.
일본 타이틀 특유의 뿌연 느낌이 없어서 색깔이 선명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리어의 음량이 커서 소리가 전체적으로 확 퍼지는 느낌이다.
DVD는 2장으로 구성됐으나 2장으로 나눌 만큼 부록이 많은 것은 아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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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철콘 근크리트'는 아이들이 철근 콘크리트 발음을 잘못하는데서 착안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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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아리아스 감독은 1990년대에 일본에 건너와 무려 17년을 살았다. 덕분에 일본어를 곧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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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감독 데뷔작인 아리아스 감독은 미국에서 특수효과 전문가로 활동하며 '어비스' '토탈리콜'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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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스 감독이 일본에 오게 된 이유는 뉴욕서 경영하던 컴퓨터그래픽회사가 파산했기 때문. 일본에 건너와 그는 마쓰모토 다이요의 원작만화를 여러번 탐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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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감정을 대변하는 시로 목소리는 '하나와 앨리스' '훌라걸스'의 아오이 유우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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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의 상상은 색연필로 그린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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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이고 악한 감정을 상징하는 쿠로 목소리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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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의 무대인 다카라쵸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눈 모양의 여의도같은 섬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형태로 디자인한 것은 마이클 아리아스 감독의 생각으로, 원작 만화에는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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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특징은 삐뚤빼뚤한 선. 언뜻보면 간결하면서도 각이 져 날카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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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감독은 '스팀보이'의 기무라 신지가 맡았다. 세세한 배경과 다채로운 색깔이 스팀보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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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핸드헬드 기법을 많이 이용해 마치 두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아리아스 감독은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두 소년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기분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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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험난해도 꿈을 꿔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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