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페 뤼미에르

울프팩 2007. 1. 13. 09:23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인 오즈 야스지로를 모른다면, 그래서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없다면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만든 '카페 뤼미에르'(Cafe Lumiere, 2003년)가 대안일 수 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허우 샤오시엔이 만든 이 작품은 오즈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다미 쇼트와 메시지를 쟁여담은 소소한 일상 등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여기에 허우 샤오시엔의 특징인 긴 롱테이크가 양념처럼 얹혔다.

대만 음악가를 취재하는 어느 여성작가의 생활을 통해 오즈와 허우 샤오시엔이 만난 셈이다.
그렇게 영화는 오즈의 작품이 집착하는 소시민의 일상을 허우의 카메라를 통해 집요하게 드러낸다.

덕분에 영화는 사건의 발단도, 클라이맥스도, 결말도 없이 무덤덤하게 끝난다.
줄거리가 확실한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그만큼 심심하고 졸린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아예 허우를 통해 오즈를 배운다는 공부의 자세로 봐야할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참으로 안좋다.
지글거리고 색도 나르며 디테일은 형편없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는 거의 없으며 저음만 요란하다.
부록으로 실린 '메트로 뤼미에르'는 허우와 오즈 모두를 알 수 있어서 영양가가 높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약 60편의 영화를 만든 오즈 야스지로는 정적인 영상에 인간의 감정과 오묘한 관계를 대입한 감독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즈의 전매특허였던 다다미 쇼트. 사람의 앉은 키만한 높이에서 바라본 영상은 편안함과 더불어 몰입감을 준다. 이 장면은 오즈의 작품인 '꽁치의 맛'과 상당히 흡사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혼을 안한 딸이 엄마에게 담담하게 임신 사실을 얘기한다. 흔치않게 카메라를 등진 배우. 투샷이고 대사도 거의 없지만 이 장면은 수 만가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오즈의 영화는 말이 별로 없다.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이 대사보다 더 많은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고 문 너머에서 거리를 두고 촬영. 마치 현장에서 문지방 너머로 지켜보는 느낌을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공인 여성작가를 연기한 히토토 요는 싱어 송 라이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철의 소리를 녹음하는 남자주인공을 연기한 아사노 타다노부. 이 장면도 오즈에 대한 오마주다. 오즈는 도쿄 시민의 상징인 전철을 좋아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허우 샤오시엔은 "오즈가 삶의 다양한 면을 통해 인생의 맛을 다뤘다"고 얘기한다.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뮌헨  (2) 2007.01.28
월드 트레이드 센터  (2) 2007.01.25
스테이  (0) 2007.01.07
이터널 선샤인  (0) 2007.01.06
쉐도우 맨  (3) 2006.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