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울프팩 2005. 9. 5. 07:54

요즘 할리우드의 공포물은 계절을 따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여름 더위를 쫓는 납량물이었으나 요즘은 액션물이나 스릴러처럼 긴장감에 초점을 맞춘다.

마커스 니스펠(Marcus Nispel)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The Texas Chainsaw Massacre, 2003년)도 마찬가지.
1973년 제작된 토브 후퍼(Tobe Hooper)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긴장감으로 보는 이를 옥죈다.

청년 5명이 외딴 마을에서 살인마에게 차례로 희생되는 내용은 원작과 비슷하다.
다만 결말과 일부 희생자 묘사 등이 약간 다르다.

이 작품은 실화로 많이 알려졌으나 내용 전부가 실화는 아니고 에드워드 게인(Edward Gein)과 안드레아 예이츠 사건 등 실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일부 인용했다.
195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에드 게인은 위스콘신주 플레인필드에서 시체를 파내거나 여자들을 죽여 장기를 수집하고 피부를 벗겨 옷을 해 입는 등 엽기적 행각으로 유명한 인물.

그의 이야기는 훗날 히치코크 감독의 '사이코', '양들의 침묵', 토브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살인' 등 여러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니스펠 감독의 리메이크작은 빠른 진행으로 긴장감이 있으나 광기 어린 충격과 공포는 원작만 못하다.

그러나 원작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 나름대로 볼 만 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이중윤곽선이 보이지만 필터를 사용한 색상이 잘 살아있다.
DTS-ES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전기톱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리가 일품이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SE판 DVD 타이틀에 에드 게인의 엽기적인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부록으로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실화인 것처럼 스너프 기법을 이용해 흑백 기록 필름으로 시작하지만 실화가 아니다.
황량한 풍경이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영상은 원작을 촬영한 다니엘 펄이 다시 촬영했다.
원작과 달리 길에서 태운 여인이 자살하는 바람에 문제의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희생자들을 유인해 살해하는 설정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구조와 비슷하다.
마약과 록을 즐기는 히피 같은 5명의 젊은이들이 맞게 되는 공포스러운 상황은 '스크림'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등 젊은이들을 질타하는 기성세대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기존 공포물과 같은 도식적 전개를 따르고 있다.
공포물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영상. 이 영화의 특징은 나뭇가지, 천정 틈새 등으로 새어들어 퍼지는 빛이다. 이를 위해 다니엘 펄 촬영감독은 14mm와 17mm 렌즈를 사용해 자연광을 최대한 살렸다.
주인공을 맡은 제시카 비엘은 피플지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뽑은 인물. 제작자 마이클 베이는 톰보이 같은 매력 때문에 그를 선택했다.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한 에드 게인은 자신의 집을 폐쇄하고 시체에서 파낸 장기와 피부로 가구를 장식하고 해골을 식기로 사용하는 등 충격적 삶을 살았다. 결국 그는 살인죄로 체포돼 평생을 정신병원에서 살다가 1984년 사망했다. 플레인필드에 있던 집은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불살라 버렸다.
살인마와 한 통속인 보안관은 '풀 메탈 재킷'의 못된 상사로 등장한 R 리 이메이. 이 작품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한 통속이라는 설정으로 공포감을 유발한다. 비밀스러운 이웃이라는 소재가 무섭게 다가온다.
희생자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쓰고 나타난 살인마. 에드 게인은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어 희생자들의 피부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아이를 유괴해 키우는 여인은 안드레아 예이츠 사건을 인용. 5명의 아이를 익사시킨 예이츠는 경찰에 체포된 뒤 산후 우울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성희생자였던 원작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남자 희생자가 다리가 잘린 채 쇠갈고리에 꽂혀 있다.
살인마가 들고 있는 전기톱은 실제와 날이 없는 자전거체인을 끼운 소품 등 여러 가지를 번갈아 사용했다.
살인마는 종양으로 얼굴이 망가지면서 사람의 피부로 만든 마스크를 뒤집어쓴 것으로 설정. 뮤직비디오와 CF로 유명한 니스펠 감독은 살인 동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뚜렷한 이유 없이 벌이는 행동이 공포감을 유발하기 때문. 실제로 연쇄살인범들의 경우 동기 없는 살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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