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페피타 : 이노우에, 가우디를 만나다 (DVD)

울프팩 2013. 3. 6. 18:35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여러 번 가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이다.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부터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등 그의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나 다름없다.

선과 면으로 곧게 뻗은 기존 건축물만 보다가 가우디의 건물을 처음 접하면 충격적이다.
나무 줄기처럼 기괴하게 뒤틀린 장식과 울퉁불퉁한 건물 외관, 그리고 사선으로 기운 기둥까지 일반적인 건축물의 상식을 모조리 파괴한다.

어린 시절부터 류머티즘을 앓아서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한 가우디는 조용히 한 곳에 앉아서 식물과 동물 등 자연을 관찰했다.
그렇게 자연에서 배운 식물의 원리와 구조가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녹아 들었다.

학산문화사에서 내놓은 '페피타 : 이노우에, 가우디를 만나다'라는 책은 '슬램덩크'와 '베가본드' 등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바르셀로나를 찾아 가우디 건축물을 만난 소회를 그림으로 풀어낸 독특한 일러스트레이트집이다.
이 책이 독특한 것은 그가 손수그린 그림과 사진, 그리고 75분 가량의 동영상을 담은 DVD가 함께 들어 있는 입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DVD에는 가우디 건축물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인터뷰, 그림 그리는 모습 등을 함께 실어서 미처 책에서 볼 수 없는 정보를 입체적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연히 붙박이 한글 자막이 들어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다.

꼭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팬이 아니더라도 가우디에 관심이 많다면 일독을 해 볼 만한 책이다.

함께 수록된 DVD 타이틀은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며, 화질은 그저 그렇다.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데 만족해야 할 듯.
들어 있는 내용은 이노우에의 여정을 함께 쫓아가며 수록한 영상과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이용한 그의 창작과정, 가우디 건축물 지도 등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베가본드' '슬램덩크' 등을 그린 일본의 유명 만화가 이노우에 타케히코.
이 책과 DVD는 이노우에가 2011년 5월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여정을 담고 있다.
기괴한 용 장식이 붙어 있는 구엘 백작의 별장인 구엘 별장. 구엘 백작은 가우디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구엘 공원 회당의 아름다운 천장. 시장으로 만든 곳. 구엘 백작과 가우디는 왜 하필 아무것도 없고 교통도 불편한 허허벌판에 전원주택단지인 구엘공원을 구상했는 지 미스테리다.
가우디가 영감을 많이 얻었다는 몬세라트. 바르셀로나에서 자동차로 40, 5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산으로, 유명한 검은마리아 성당이 있다. 이노우에는 여기 앉아서 A4 반절 크기의 노트를 꺼내 색연필로 끊임없이 스케치를 했다. 색연필 묶음을 담은 커다란 두루마리가 인상적이다.
명품샵들이 즐비한 람블라스 거리. 건너편에 카사밀라와 카사바트요 등 가우디가 설계한 고급 아파트들이 있다.
이노우에는 일반인에게 개방이 안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모형실도 들어가 담당자와 인터뷰를 했다.
이 부서진 파편들이 바로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설계도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 당시 가우디 설계도는 불타 버렸고, 이를 토대로 만든 유일한 성당 모형도 산산조각났다. 후대인들은 이 모형 파편들을 모아놓고 이를 맞춰가며 성당을 짓고 있다. 그러니 완공이 쉽지 않다. 국가의 지원도 없는 상태.
성당 한 켠 파사드에 세계 각국 언어로 성경 구절을 새기고 있단다. 여기에 이노우에의 방문을 계기로 일본어도 들어가게 됐다. 그래서 그는 붓글씨로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란 한 줄을 써줬다. 어려서 서예를 배워 그런지 붓글씨를 잘 썼다. 한글도 들어가면 좋을텐데, 아직 한글은 없다.
가우디 건축의 비밀. 어려서 꺾어 본 식물의 줄기 구조 등을 건축물에 그대로 반영했다. 가우디의 스승은 자연인 셈.
제목인 페피타는 평생 독신이었던 가우디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성이었다. 가우디는 유부녀였으나 별거 중이던 그의 집에 5년 동안 매주 찾아가 식사를 했고, 이혼 소송이 마무리 된 날 청혼을 했다. 그러나 페피타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상대가 있었다. 그때 실연당한 이후 가우디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됐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페피타
이노우에 타케히코 저/박수지 역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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