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핑크 팬더 (블루레이)

울프팩 2010. 6. 7. 06:05

미국의 대중영화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Blake Edwards)는 즐겁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들을 잘 만든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텐' '그레이트 레이스'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지만, 그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작품은 역시 '핑크 팬더' 시리즈다.

1963년에 처음 등장한 '핑크 팬더'(The Pink Panter)는 80년대까지 무려 8편이 제작된 히트 시리즈.
2000년대 들어 스티브 마틴이 등장하는 리메이크작까지 등장했다.

핑크 팬더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분홍 팬더가 등장하는 영화 초반부 애니메이션과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의 음악이다.
더불어 1980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능청스러운 연기로 시리즈 주연을 도맡은 피터 셀러즈(Peter Sellers)를 빼놓을 수 없다.

에드워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은근한 웃음으로 위대한 시리즈의 등장을 예고했다.
내용은 신출 귀몰한 도둑 팬텀이 소왕국의 공주가 갖고 있는 거대한 다이아몬드 핑크 팬더를 노리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멍청한 형사 클루소 역을 맡은 피터 셀러즈는 정색을 하고 슬랩스틱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서 주인공인 도둑보다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어진 시리즈는 사망할 때까지 사실상 피터 셀러즈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터 셀러즈와 함께 데이비드 니븐(David Niven),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Claudia Cardinale), 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 등 유명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헨리 맨시니의 주제곡과 더불어 애조 띤 선율이 인상적인 삽입곡도 들어볼 만하다.

이 작품의 블루레이는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고 한글 자막이 들어있는 홍콩판이 나와 있다.
국내에는 최고 히트작인 3편 '돌아온 핑크팬더'를 제외한 5개 작품이 들어 있는 박스세트가 DVD로 출시됐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DVD보다는 뛰어나지만 리마스터링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필름 특유의 지글거림과 스크래치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색감은 DVD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좋다.

음향은 DTS-HD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진 편은 아니다.
부록으로 핑크 팬더 스토리와 감독 해설 등이 들어 있으며 감독 해설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의 상징인 유명한 핑크 팬더. 이후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제작됐다.
시리즈의 삼각축은 신출귀몰한 도둑과 이를 쫓는 멍청한 형사 클루소, 클루소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드레퓨스 경찰국장이다. 1편에는 드레퓨스가  나오지 않지만 이후 시리즈에 그가 클루소를 괴롭히기 위해 쳐놓은 덫에 당하는 과정이 주된 웃음의 기본틀이 된다.
위대한 배우 피터 셀러즈. 형사 클루소를 연기한 그는 원래 코미디 연기에 능했다. 특히 1인 다역을 잘했고 분장술이 뛰어났다. 이 시리즈 외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오가며 촬영한 시원한 영상도 볼거리.
이 작품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 내정된 배우들이 모두 출연을 고사했다. 클루소 형사의 아내 역할은 에바 가드너가 맡기로 했으나 촬영 직전 거절해 프랑스 배우 카푸시느에게 넘어갔다.
감독은 공주 역할로 오드리 헵번을 원했으나, 그가 출연을 고사해 CC로 알려진 육체파 여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맡았다.
감독은 가장 중요한 주인공 클루소에 피터 유스티노프를 섭외했으나 출연 직전 유스티노프가 거절하면서 제작진과 소송까지 벌였다. 그런데 오히려 피터 셀러즈가 맡아 전화위복이 됐다.
피터 셀러즈는 고조부가 유명 권투선수였던 다니엘 멘도자였고, 할머니는 공연단 사장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려서부터 연기를 했다.
에드워즈 감독도 아버지가 감독 겸 제작자, 배우였고 할아버지는 할리우드에 널리 알려진 감독 고든 에드워즈다.
도둑으로 나온 데이비드 니븐(맨 오른쪽)과 로버트 와그너(맨 왼쪽). 니븐도 워낙 대스타이지만 피터 셀러즈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묻혀 버렸다.
시리즈가 유명해진 것은 1편보다 한참 뒤인 75년에 나와 크게 성공한 3편 '돌아온 핑크  팬더' 덕분이다. 국내 TV에서도 몇 번 방영한 3편은 1, 2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요절복통 웃음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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