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울프팩 2006. 1. 4. 18:11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2004년)은 서구 지향적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소속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전통적 요소를 즐겨 사용하는 반면 하야오는 서양, 특히 근대 유럽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고집한다.

젊은 마법사 하울과 저주에 걸려 하루아침에 90세 노파가 된 소녀가 저주를 풀기 위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판타지 요소를 선택한 점부터가 지극히 서구 편향적이다.
여기에 언제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맹목적 사랑의 메시지를 얹는 것이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렸다.

그러면서도 하늘을 나는 돼지, 소녀 마법사, 숲 속 도깨비 등 다양한 소재로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풀어내서 인기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소재나 형식, 그림 등이 너무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아마 국제영화제와 유럽, 미국 등 해외 시장을 강하게 의식한 게 아닌가 싶다.

전작들에 비해 내용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지만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언제나 손그림을 고집하는 하야오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그림들과 단짝인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음악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극장에서 본 것보다 색이 뿌연 편이며 샤프니스도 높지 않다.

좀 더 선명하고 색상이 뚜렷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반면 DTS-ES를 지원하는 음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뛰어나다.

서라운드 효과나 소리의 이동성 모두 빼어나며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풍부한 울림으로 잘 살렸다.
일반판과 특별판 DVD는 3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있으며 추가된 한 장의 디스크에 하야오 감독이 미국 픽사스튜디오를 방문한 동영상과 영화 속 CG를 사용한 장면 설명이 들어 있다.

그렇지만 시간들이 짧아서 굳이 3장으로 나누지 않고 본편을 포함해 2장의 디스크로 줄였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영국의 판타지 소설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저주에 걸려 어느 날 노인이 돼버린 소녀가 저주를 풀기 위해 움직이는 성에 사는 마법사 하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이웃집 토토로'를 제외하고 대부분 서양 풍물을 사용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배경만 보면 꼭 유럽 만화 같다.
소녀에게 마법을 거는 황야의 마녀. 미국판 녹음에서는 유명한 배우 로렌 바콜이 목소리를 연기했다.
마치 짐승처럼 4개의 발을 이용해 움직이는 하울의 성. 원작자가 감탄한 하야오 감독의 기발한 아이디어다. 이 장면에는 하모니라는 독특한 기법과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됐다. 하모니는 손그림을 셀에 전사한 뒤 셀화용 물감과 배경용 물감을 통합해 채색하는 방법이다. 셀화의 윤곽선과 배경 이미지가 녹아들어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처럼 반전 메시지도 깔려 있다.
픽사 스튜디오 사람들도 깜짝 놀란 화려한 이미지의 향연을 엿볼 수 있는 장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날틀과 비슷한 비행체. 이 작품 역시 하야오 특유의 독특한 기계들이 등장한다.
영어판에서는 크리스천 베일이 하울의 목소리를, 진 시몬스가 할머니가 된 소녀 목소리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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