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황해

울프팩 2010. 12. 27. 20:45
나홍진 감독의 '황해'는 길고도 비릿하다.
우선 상영 시간이 2시간 36분에 이를 만큼 길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와서 복잡하게 얽힌 인간사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중국 연변에서 거액의 빚을 지고 힘들게 살아가는 구남(하정우)과 살인도 마다않고 개백정처럼 험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면정학(김윤석), 욕심에 눈이 멀어 살인을 사주한 태원(조성하) 등 주요 배역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의 꼬리를 물고 들어간다.

일면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정교하게 맞물린 이야기는 감독의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단, 실타래처럼 얽힌 이야기의 맥을 놓치지 않으려면 긴 상영 시긴 내내 절대 졸면 안된다.

앞 부분 구남의 사연이 사족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다.
세 사람이 서로의 목줄을 노리며 벌이는 숨가쁜 싸움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야기가 힘이 있다.
전작인 '추격자' 만큼은 아니지만 긴장감을 뽑아내는 나 감독의 연출력은 일품이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 스크린에서 피비린내가 풍긴다.
시종일관 도끼날이 난무하고 신체가 잘려나가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사방에 흩뿌리는 핏방울로 얼룩진다.

굳이 싸움을 저토록 잔인하게 해야만 할까, 저게 과연 리얼리티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강렬한 시각적 충격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제작진은 아마도 필요 이상으로 과잉 폭력을 선택한 듯 싶다.

하지만 액션이 화려하지는 않다.
막무가내 개싸움이어서 피를 뿌리는데만 집중한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액션팬을 사로잡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힘은 있지만 설명이 불친절한 부분이 있다보니 고도의 두뇌싸움이나 '추격자' 스타일의 피말리는 긴장감을 즐기는 미스터리팬들에게도 2% 아쉽다.

정신없이 몰입해서 2시간 반을 즐기고 나오면 뒷맛이 개운치 않은, 누런 황해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작품이다.
액션과 미스터리의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서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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