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플로이드의 벽
1980년대 초반, LP를 한창 듣던 고교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듣고 홀딱 반한 음반이 있었다.
바로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이었다.
당시 이 음반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구할 수 없었다.
저항적인 가사 내용 때문에 금지음반이어서 세운상가나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백판을 사서 들어야 했다.
음질도 좋지 않고 더러 튀기도 해서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던 백판이었지만 아주 열심히 들었다.
그만큼 핑크 플로이드의 곡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이 음반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 바로 알란 파커 감독의 '핑크 플로이드의 벽'(Pink Floyd: The Wall, 1982년)이다.
영화도 음반과 다르지 않았다.
영화는 개성을 말살하는 획일화된 교육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위적인 정부에 저항하는 메시지로 가득찬 음반을 충격적인 영상으로 재현했다.
그로테스크한 애니메이션과 파괴적인 실사 영상의 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실험적이다.
일반 영화와 달리 줄거리가 따로 없고 뮤직비디오처럼 이미지로 가득 찬 영화지만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는 힘이 있다.
그만큼 '페임'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에비타' 등 인기작품을 만든 알란 파커 감독의 연출력이 훌륭했다.
하지만 이 영화도 국내에서는 한동안 정식으로 볼 수 없었다.
음반과 같은 이유로 국내 상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려 17년이 지난 1999년에 국내 개봉했지만 다시 봐도 가슴 떨릴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새삼 핑크 플로이드의 위대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걸작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을 지원한다.
화질은 샤프니스가 떨어지고 지글거림이 보이는 등 그저 그런 편.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하며, 갤러리와 뮤직비디오 등의 부록이 들어 있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중간 중간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제랄드 스카프가 만들었다. 밴드명 핑크 플로이드는 블루스 연주자인 핑크 앤더슨과 플로이드 카운실의 이름을 합성한 것. 로저 워터스는 1990년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현장에서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과 스콜피온스, 신디 로퍼, 조니 미첼 등 스타들과 함께 'The Wall' 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 DVD 역시 국내에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