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연 36

마릴린 맨슨 'Guns, God and Government' Live in LA (블루레이)

마릴린 맨슨을 처음 만난 것은 1996년이다. 그가 낸 앨범 'Smells Like Children' 중 유리스믹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Sweet Dreams'에 홀딱 반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 곡은 맨션 쇼크의 시작이었다. 빠른 리듬에 실린 애니 레녹스의 중성적 목소리가 매력이었던 원곡과 달리 마릴린 맨슨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는 듯한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느리게 시작해 후렴구를 폭발하듯 소리치며 불러제껴 음습함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 마릴린 맨슨은 노래 만큼이나 기괴한 인물이다. 1969년생이니 올해 마흔 셋. 그의 본명은 브라이언 휴 워너다. 예명인 마릴린 맨슨은 1960년대 미국 영화계의 섹스 심벌이었던 마릴린 먼로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인 배우 샤론 테..

태양의 서커스 : 코르테오 (블루레이)

지금 뿐 아니라 1970년대에도 서커스는 흔히 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어쩌다 서커스단이 찾아와 동네 공터에 천막을 치면 아주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높다란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고 입으로 불을 내뿜는 묘기를 흙 묻은 가마니 위에 앉아 보노라면 훗날 명절 때마다 TV에서 틀어준 서양 서커스와는 또다른 아슬아슬한 맛이 있었다. 그렇게 어쩌다 동네를 찾고, 명절 때 소일삼아 구경했던 서커스가 엄청난 문화 코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돈이 없어 무전 여행으로 유럽을 떠돌았던 캐나다 청년 기 랄리베르가 아코디언 연주와 입으로 불을 내뿜는 기술을 익힌 뒤 1984년에 창단한 태양의 서커스는 20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5,000명의 단원을 거느리고 전세계를 순회공연하며 8,000만명이 넘는 구경꾼을..

제프 벡 'Performing This Week...Live at Ronnie Scotts' (블루레이)

제프 벡은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튼과 더불어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세 명 모두 공교롭게 야드버즈라는 같은 밴드 출신이다. 그만큼 세 사람은 록의 전신인 블루스에 뿌리를 둔 기타리스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블루지한 연주를 들려주는 인물이 바로 제프 벡이다. 그의 연주는 제프 벡이나 에릭 클랩튼처럼 화려하거나 현란하지 않다. 그런데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마치 뭉툭한 연필로 그린 거친 뎃생처럼 원초적인 블루스의 힘이 넘쳐난다. 그래서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함이 오히려 심금을 울린다. 지금도 80년대 학창 시절 LP로 처음 들었던 그의 대표적 명반인 'Blow by Blow'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특히 흐느끼는 듯한 기타 소리가 일품인 'Cause We've ..

마돈나 'Sticky & Sweet Tour' (블루레이)

1980년대의 팝은 황제인 마이클 잭슨과 여제인 마돈나가 양분했다. 두 사람 모두 빼어난 춤 실력과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훌륭한 퍼포먼스로 공연 내내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안타깝게도 마이클 잭슨은 세상에 없지만, 마돈나는 변함없이 뛰어난 공연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블루레이 타이틀이 바로 마돈나의 '스틱키 & 스윗 투어'(Sticky & Sweet Tour, 2009년)다. 스틱키 & 스윗투어는 마돈나가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32개국을 돌며 85차례에 걸쳐 펼친 대공연이다. 덕분에 마돈나는 솔로 가수로는 사상 최대의 공연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타이틀은 그 중에서도 마돈나가 지난해 12월6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2시..

핑크 - 펀하우스 라이브 (블루레이)

올해 2월 1일 미국서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펼쳐진 한 편의 공연이 화제가 됐다.한자락 천에 몸을 의지한 여가수가 허공에서 빙빙 돌며 노래를 부른 것.가만히 매달려 있기도 힘든데 허리와 다리 힘으로 허공에 매달린 채 회전하며 노래를 부른 이 공연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올해 그래미 시상식의 최대 화제가 됐다.이 가수가 바로 핑크다.그날 부른 노래는 'glitter in the air'.핑크의 공연은 마치 한 편의 서커스같다.화려한 색감의 무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핑크가 펼치는 곡예에 가까운 퍼포먼스 때문이다.'glitter in the air'처럼 천에 의지한 채 허공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서커스단에서나 볼 수 있는 공중그네 묘기를 선보이기도 한다.물론 줄을 몸에 묶고 안전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