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포물 36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블루레이)

곧 다가올 할로윈이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할로윈' 시리즈다.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Halloween, 2007년)은 1978년에 존 카펜터 감독이 만든 공포 영화의 명작 '할로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였던 원작은 존 카펜터 감독의 탁월한 연출 덕에 슬래셔 무비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걸작으로 호평 받았다. 그러나 뒤에 줄줄이 나온 후속작들은 형편없는 내용으로 혹평을 받았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후반 추격 장면을 제외하고는 원작만큼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특히 사이코패스가 된 원인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등 구성도 미흡하다. 감독은 헤비 메틀 밴드 화이트 좀비를 이끌던 롭 좀비. 롭 좀비는 2003년 '살인마 가족'으로 감독 데뷔를 한 뒤 이 작품을 비롯해 '할로윈2' 등을 만들..

디 아더스(블루레이)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각본, 감독에 음악까지 담당한 '디 아더스'(The Others, 2001년)는 심령 스릴러물에 가깝다. 엄마와 두 자녀만 사는 집에 낯선 하인들이 찾아오면서 발생하는 이상한 일들을 다룬 이야기. '식스센스'처럼 영화 내내 숨죽이며 보다가 막판에 허를 찔린듯 당황하게 만드는 작품. 그만큼 마지막 반전이 뛰어나다. 식스센스와 이 작품을 전후해서 서양의 공포물은 두 갈래로 나뉜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빠른 장면 전환과 액션을 통해 짜릿한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하드 보일드파와, 피냄새를 배제한 단정한 두뇌게임파이다. 후자의 경우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 점이 특징. 그래서 누가 귀신인 지, 산 사람인 지 구분이 안간다. 옥사이드팡의 '디 아이'도 유사한 경우. ..

이블데드 (블루레이)

1980년대 비디오 가게에서 꼭 빌려봐야 하는 필수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주로 성인물 아니면 공포물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데드'(The Evil Dead, 1981년)다. 요즘처럼 컴퓨터그래픽이 발달한 시각에서 보면 어설프고 유치해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공포영화였다. 마치 악령이 빠르게 미끄러지며 다가오는 듯한 낮은 앵글의 카메라와 삐딱하게 사선으로 기운 카메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끔찍한 효과음은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불어 넣으며 심장을 오그라붙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 이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 본 가장 끔찍하게 무서운 공포물"이라고 평했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샘 레이미라는 젊은이와 주연배우인 브루스 캠벨을 일약 유명하게 만..

폴터가이스트 (블루레이)

폴터가이스트는 시끄러운 귀신이란 뜻의 독일어다. 한마디로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요란한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움직이는 유령을 의미한다. 프로이드와 융을 갈라 놓은 폴터가이스트 폴터가이스트는 심리학의 두 거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칼 융이 갈라서는데도 한 몫했다. 프로이드의 제자였던 융은 어려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여러 번 목격했다. 부엌에 있던 커다란 식탁이 두 동강 나고, 칼이 여러 조각으로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 융은 어려서 봤던 기이한 현상들이 계속되는 자발적 염력(RSPK) 현상이라고 봤다. 즉,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뻗어나온 에네르기파가 일으킨 현상이라는 뜻이다. 융은 부엌에서 되풀이된 이상한 현상들로 미루어 어머니와 여동생이 RSPK와 관련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융과 밀접한 사이였던..

고티카 (블루레이)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고티카'(Gothika, 2003년)는 공포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그만큼 추리소설처럼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무섭지 않은 점이 한계다. 내용은 유령이 씌운 여의사가 벌인 살인 사건에 얽힌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주연은 할리 베리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았다. 배우도 배우이지만 관심을 끄는 사람은 바로 배우 겸 감독인 마티유 카소비츠다. 흑백의 강렬한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준 '증오' 이후 나름 작품 속에 문제의식을 담아 주목을 받은 인물이어서 과연 그가 만든 공포물은 어떨 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공포물 도전은 그닥 성공적이지 못하다. 공포물인데도 불구하고 극한의 두려움으로 밀어붙이는 공포나 충격이 없다. 피칠갑을 한 시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