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포물 36

마스터즈 오브 호러 vol.1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작품이다. 2005년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쇼타임에서 시작한 시즌1은 총 13편으로 구성됐다. 단편 소설집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편당 60분 안팎의 시간 동안 펼쳐진다. 참여한 감독들을 보면 다리오 아르젠토, 존 카펜터, 토브 후퍼, 래리 코헨, 미이케 다카시 등 쟁쟁한 인물들이다. 그 중 볼륨 1 DVD로 묶여 나온 작품은 돈 코스카렐리 감독의 '마운틴 로드'(Incident On And Off A Mountain Road, 2005년)와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마녀의 집'(Lovecraft's Dreams In The Witch-House, 2005년) 등 두 편이다. 두 편 모두 무섭다기 보다는 긴장감 있어 끝까지..

강령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공포영화 '강령'(2000년)은 공포물이라기 보다 심리 스릴러물에 가깝다. 귀신을 보는 여인이 어느날 실종된 소녀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부부가 겪게 되는 공포스런 상황을 다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공포물에 가깝지만,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사람의 심리상태를 통해 공포감을 유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기괴한 형체나 소리보다는 매 순간 벌어지는 긴장 상황이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그만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작품.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괴담의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상 또한 다른 작품들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점이 한계다. 특히 계단을 올라오는 형체의 모습은 영락없이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을 연상케 한다. 실..

큐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사람들에게 내재된 공포와 불안감을 잘 표출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명성을 드높여준 '큐어'(1997년)도 마찬가지. 흔히 공포물로 분류되는 이 영화는 공포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내용은 X자의 커다란 흉터가 남아 있는 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연쇄 살인의 배후를 캐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는 특이하게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평소 사람들이 드러내지 않는 복심, 즉 속마음으로 공포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최면술이 걸린 상태에서 은연 중 자신의 속마음에 따른 행동을 벌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사람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속내가 결국은 공포의 원천이 된다. 기요시 감독은 이를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특이한 것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생각과 현실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면서 등장인물들의 불..

여우계단 - 여고괴담 3

2003년 7월, 윤재연 감독의 '여우계단: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2003년) 언론시사회를 갔던 기억이 난다. 원래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리즈의 1편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 지, 너무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이유는 기시감이었다. 일본 공포물 '링'의 사다코를 연상케 하는 귀신이 창틀을 넘어오고, 가부키 배우처럼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한 귀신들이 출몰하는 장면은 '주온'을 닮았다. DVD 타이틀의 윤 감독 음성해설을 들어오니 여고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익숙한 장면으로 귀신을 떠올릴 것이란 생각에 그 장면을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작 관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3번째 시리즈인 이 작품은 예고가 무대다. 발레를 하는 여고생들 사이에..

황혼에서 새벽까지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From Dusk Till Dawn, 1996년)는 B급 정서의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망중인 은행강도에서 시작한 영화는 느닷없이 흡혈귀 이야기로 발전해 한바탕 피칠갑으로 끝난다. 할리우드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했으며, B급 홍콩영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운 로드리게즈가 만났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영화는 황당하고 요란하며, 잔인하다. 일단 내용이 우악스럽다. 흡혈귀들과의 싸움이다보니 주인공 일행은 마치 게임하듯 총질을 하고 상대의 사지를 잡아 뽑는다. 당연히 사방에 피가 튀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 절단이 난무하다. 영화의 미덕 아닌 미덕이라면 과할수록 무덤덤해지는 효과를 노려, 천연덕스럽게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