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포물 36

파이널 데스티네이션5 (블루레이)

사람의 죽음을 마치 놀이처럼 다뤄서 성공한 시리즈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갖가지 사고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렇다보니 얼마나 희한하고 끔찍하게 죽어가는 지가 승부의 요소가 됐다. 이 시리즈는 상상 속 괴물이나 귀신, 쓸데없이 흉기를 휘두르는 미치광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 흔한 살인자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싹한 공포를 주는 비결은 바로 우리 생활 속에 일어날 법한 사망 사고라는 점이다. 즉, 죽음의 도구가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 있는 생활 도구이며, 사건 현장은 우리가 흔히 오가는 길거리, 다리, 놀이동산, 건물 등이다. 그만큼 죽음이 우리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 점이 영화의 성공 포인트다. 5번째 시리즈인 '파이널 데스티..

파이널 데스티네이션4 (블루레이)

무려 5편까지 이어진 미국 공포물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법칙은 단순하다. 죽을 운명은 피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위기의 순간을 모면해도 죽을 운명인 사람은 어떻게든 죽고 만다. 시리즈 첫 편이 나왔을 때에는 이 기막힌 운명의 법칙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간절한 몸부림이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5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며 사람들은 더 이상 죽음의 법칙에 긴장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남는 건 연쇄 죽음의 시초가 되는 사고 발생 장소와 죽는 방법의 문제다. 데이비드 R 엘리스 감독이 만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4'(The Final Destination, 2009년)는 사고 발생의 장소로 자동차 경주장을 골랐다.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200km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는 경주용 차들은 그..

나이트워치 (블루레이)

러시아에는 공포영화가 없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에 따르면 예전에는 현실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란다. 마찬가지로 판타지도 거의 없다. 역사가 일천한 미국은 판타지를 좋아할 수 밖에 없지만 굳이 가공하지 않아도 풍부한 역사와 전래 동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가 만든 '나이트워치'(Night Watch, 2004년)는 러시아 최초의 공포물이자 판타지 영화다. 그는 이 작품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2004년 러시아에서 개봉해 약 500만명이 관람하며 러시아 영화사상 모든 흥행 기록을 갱신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눈독을 들여 20세기폭스사가 영어판으로 배급을 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베크맘베토브 감독만의 독특한 영상 묘사다. 그는 빛과 어둠의 세력이 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루레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타나토스는 죽음의 신이다. 사람이 죽을 때 잠의 신 히프노스와 함께 나타나서 영혼을 가져가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파괴의 본능으로 해석했다. 살려는 본능이 에로스라면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는 공격적이어서 남과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파괴의 본능으로 본 것이다. 이처럼 서양의 시각은 삶과 죽음을 양 극단에서 다르게 봤지만 옛부터 동양은 죽음 또한 삶의 한 과정으로 보고 친숙하게 생각했다. 유교의 제사나 불교의 윤회 사상 모두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제임스 웡 감독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Final Destination, 2000년)은 정해진 운명 같은 죽음을 다뤘다. 죽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웡 감독의 동양적 사고로 서양인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죽음을 다..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마이어 자르치 감독의 '네 무덤의 침을 뱉어라'(Day of The Woman, I Spit on Your Grave, 1979년)는 공포영화 팬들 사이에 꽤나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태리 계열 공포영화가 그렇듯 잔혹 묘사 때문에 국내에서 제대로 상영된 적이 없어서, 보지 못한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화끈한 영상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귀신이나 괴물, 엽기적 살인마가 등장하는 전통 공포물보다 여인의 복수에 초점을 맞춘 스릴러에 가깝다. 작품 구상을 위해 외딴 마을을 찾은 여류 소설가가 동네 양아치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후 복수하는 내용이다. 지금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여성 혼자서 남자 4명을 차례로 죽이는 과정이 당시로서는 꽤나 센세이셔널했다. 그러나 정작 잔혹했던 것은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