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의 '얼굴 없는 미녀'(2004년)는 1980년 TBC(지금의 KBS2)에서 방영한 드라마 '형사'의 납량특집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당시 이순재가 장미희에게 최면을 걸어 매일 자기를 찾아오게 만들었는데, 사고로 죽은 장미희가 귀신이 돼서도 찾아온다는 오싹한 내용이었다. 영화는 김혜수가 장미희 역을, 김태우가 이순재 역할을 맡았다. 과거 TV 드라마가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사람의 심리에 무게를 뒀다. 그래서 드라마는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이 있는 반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방황을 고찰하게 만든다. 좋게 말하면 사색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극장을 찾은 이유는 김혜수의 과감한 노출 장면 때문. 그래도 김 감독의 독특한 영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