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포물 36

얼굴없는 미녀

김인식 감독의 '얼굴 없는 미녀'(2004년)는 1980년 TBC(지금의 KBS2)에서 방영한 드라마 '형사'의 납량특집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당시 이순재가 장미희에게 최면을 걸어 매일 자기를 찾아오게 만들었는데, 사고로 죽은 장미희가 귀신이 돼서도 찾아온다는 오싹한 내용이었다. 영화는 김혜수가 장미희 역을, 김태우가 이순재 역할을 맡았다. 과거 TV 드라마가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사람의 심리에 무게를 뒀다. 그래서 드라마는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이 있는 반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방황을 고찰하게 만든다. 좋게 말하면 사색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극장을 찾은 이유는 김혜수의 과감한 노출 장면 때문. 그래도 김 감독의 독특한 영상만..

빌로우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는 언제나 긴장감 넘친다. 깊은 물 밑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와 빠져나갈 곳이 없는 폐쇄성 때문이다. 그래서 공포 영화를 만들기에도 딱 좋은 소재다. 데비이드 토히(David Twohy) 감독의 '빌로우'(Below, 2002년)는 잠수함에서 벌어지는 유령의 복수를 다룬 공포물이다. 그다지 무섭거나 잔혹한 장면은 없지만 숨 막히게 조여드는 분위기가 한 몫한다. 유명 배우도 안 보이고 액션 대작도 아니어서 묻히기 쉬운데, B급 영화치고 꽤 잘 만든 편이다. 무엇보다 잦은 장면 전환으로 단조로울 수 있는 잠수함이라는 제한 공간을 계속 색다르게 보여준 편집이 훌륭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괜찮다. 클로즈업이 제법 볼 만하다. 돌비디지털 ..

새벽의 저주

조지 로메로 감독이 1978년에 만든 '시체들의 새벽'을 광고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이 장편 극영화 데뷔작으로 다시 만들었다. 마치 비디오 게임 제목 같은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004년)는 아닌 게 아니라 '바이오 하자드'라는 게임을 훔쳐보는 것 같다. 시종일관 뒤에서 누가 덮칠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구성과 사방으로 마구 총을 쏴대는 내용은 공포 영화가 아닌 액션 영화에 가깝다. 그렇기에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봤다. 이 영화의 특징은 마구잡이 살인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 사람을 좀비라는 가상의 피조물로 둔갑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방팔방 피가 튀어도 게임 화면을 지켜보는 것처럼 오히려 후련..

데스티네이션2

데이비드 엘리스(David R. Ellis) 감독의 '데스티네이션 2'(Final Destination 2, 2003년)는 죽음을 다룬 영화다. 미친 살인마나 귀신의 소행이 아닌, 일상 속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느닷없는 죽음이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원래 공포영화를 싫어해 기자 시사회 때 별로 보고 싶지 않았으나,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봤더니 아주 흥미진진했다. 공포 영화가 아닌 재앙 영화였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 즉 운명처럼 그렸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러나 미국 평론가들은 이번 작품의 1편의 신선한 소재를 그대로 답습했다며 혹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것은 재미있다는 증거. 다만 사람들을 덮치는 죽음의 과정이 다소 작위적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1998년 만든 '링'(The Ring)은 아시아 공포영화의 판도를 바꿔 놓은 걸작. 머리를 풀어헤친 채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온 몸의 관절이 부러진 것처럼 몸을 기괴하게 꺾는 귀신은 바로 이 영화의 사다코가 원조. 이후 '여우계단' '페이스' 등 숱한 국내외 공포영화가 사다코를 모방. 스즈키 코지의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흘끔흘끔 뒤를 돌아보게 된다. 단순히 무서운 그림만으로 겁주기보다 미스터리 기법을 도입해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영화 속 수수께끼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영화다. 그만큼 잘 만든 공포물. DVD는 1~4편 시리즈를 모두 묶은 박스세트로 국내 출시. 화질은 무난한 편으로, 해상도가 높지 않으며 화면이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