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효진 8

품행제로

고교를 진학하던 1983년에 교복 자율화가 됐다. 그전까지는 영화 '친구'처럼 검은 교복을 입고 머리를 밀고 다녔다. 그러다가 교복을 벗게되니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이들은 제 세상을 만난 양 외모에 멋을 부렸고, 그 결과 '조다쉬' '나이키' '프로스펙스' '미즈노' 등 소위 학생들 사이에 알아주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방과 후에는 당구장, 오락실, 극장 순례가 일과처럼 주어졌다. 그마저도 숨이 막힌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화장실에 숨어 담배를 피웠고 담을 타넘어가서 술을 마셨다. 그러지 못한 학생들은 백판을 사다가 당시 금지곡들을 들었다. 애지중지하며 가방 속에 넣고 다녔던 워크맨도 당시 패션 아이콘이었다. 조근식 감독의 '품행제로'(2002년)는 혼돈과 추억의 80년대..

누구나 비밀은 있다 (SE)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년)는 장현수 감독이 흥행을 위해 선택한 작품이다.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본투킬' 등 남자들의 거친 세계를 다룬 영화를 주로 만든 장 감독이 흥행을 위해 선택한 코드는 섹스와 코미디다. 매력적인 청년(이병헌)이 세 자매(추상미, 최지우, 김효진)를 만나 다중으로 얽히는 내용은 제라드 스템브리지 감독의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한 것. 메인 배우들 외에 정보석, 공효진, 탁재훈, 정준하 등 다양한 배우들의 깜짝 출연과 애니메이션 같은 화면 구성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정작 감독이 노린 섹스와 코미디라는 흥행 코드는 그다지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화려한 성 담론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제대로 웃기지도 못하기 때문. 장 감독은 사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년)는 공포물이 아니다. 흥행을 의식해 '여고괴담' 속편 형태로 제목을 붙였지만 내용은 여고생들의 교환일기와 동성애 등을 다룬 성장영화에 가깝다. 차라리 공포물보다 금기시된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강조했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두 감독도 이를 의도한 듯 정작 공포물에 가까운 영상들을 대부분 배제해 어중간한 작품이 됐다. 여기에 상영시간의 압박 때문에 상당 부분을 편집에서 드러내다 보니 제대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소수의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비록 공포물로서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 기존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여고생들의 문화와 사랑을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