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구로사와 아키라 10

황야의 무법자(블루레이)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년)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극인 스파게티 웨스턴 붐을 일으킨 영화다. 이 작품 이전에도 20편이 넘는 서부극이 이탈리아에서 제작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더불어 이 작품은 레오네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콤비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소위 '무법자' 3부작 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이 작품을 계기로 망토를 걸친 채 모자를 눌러쓰고 담배를 삐딱하게 문 떠돌이 총잡이가 등장하는 '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 3편이 제작됐다. 세 작품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TV시리즈 외에 영화 분야..

7인의 사무라이(블루레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하면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1954년)다. 이 작품은 그를 국제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면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란으로 피폐해진 일본 전국시대에 툭하면 산적에게 시달리는 농촌 사람들이 7명의 사무라이를 고용해 산적들을 막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 있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싸움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만든다. 특히 산적을 유인해 덫에 가두듯 마을에 하나씩 몰아넣고 때려잡다가 빗속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까지 긴장감을 점차 높여 나가는 연출 솜씨가 일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변하는 것과 변하..

황야의 7인 (블루레이)

예전에는 신년 연휴가 사나흘이었다. 갈 수록 세상이 살기 좋아지려면 휴일도 늘어야 할텐데 거꾸로 줄어들어 힘들게 하니 안타깝다. 그렇게 '신정 연휴'가 사나흘 이어지다보면 연휴 기간 내내 TV방송에서 영화들을 많이 보여줬다. 이때 자주 나온 영화가 존 스터지스(John Sturges) 감독의 명작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 1960년)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식 서부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이 줄거리와 구성에서 탁월했다면, 할리우드의 리메이크작은 캐릭터의 승리다. 율 브린너(Yul Brynner),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로..

이키루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1952년)는 아버지의 모자에 대한 이야기다. 도쿄시청 공무원인 주인공은 평생 써 온 모자처럼 30년 공무원 생활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 가지 일만 되풀이 해왔다. 무사안일로 타 부서에 일을 떠넘기고 자리 보전에만 급급한 자세로 살았던 그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위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시한부 6개월. 그제사 주인공은 이렇다 한 일 없이 보낸 자신의 30년 인생이 덧없음을 깨닫는다.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까. 메피스토펠레스의 꾐에 빠진 파우스트처럼 평소 해보지 못한 유흥에 빠져 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일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말단 여직원의 말에 불현듯 깨닫는다. 그때부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은 가난한 동네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

카게무샤 (블루레이)

사무라이들이 판을 치던 일본 전국시대에는 영주의 신변을 보호하고자 그를 대신할 가짜 영주를 내세웠다. 그가 바로 그림자 무사, 즉 카게무샤(影武者)이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1980년에 만든 '카게무샤'(Kagemusha)는 다케다 신겐의 그림자 무사 이야기다.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함께 전국 통일을 놓고 다투던 3인중 하나인 신겐은 천하무적의 기마대를 거느린 가장 강력한 영주였으나 일찍 전사하는 바람에 통일의 꿈을 놓쳤다. 아키라 감독은 조지 루카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투자를 받아 신겐의 죽음을 영화로 제작, 제3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화려한 의상과 스펙타클한 전쟁 장면으로 눈길을 끌었으며, 무엇보다 아키라 감독의 영화 문법이 전편에 걸쳐 고스란히 투영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