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뿐 아니라 1970년대에도 서커스는 흔히 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어쩌다 서커스단이 찾아와 동네 공터에 천막을 치면 아주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높다란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고 입으로 불을 내뿜는 묘기를 흙 묻은 가마니 위에 앉아 보노라면 훗날 명절 때마다 TV에서 틀어준 서양 서커스와는 또다른 아슬아슬한 맛이 있었다. 그렇게 어쩌다 동네를 찾고, 명절 때 소일삼아 구경했던 서커스가 엄청난 문화 코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돈이 없어 무전 여행으로 유럽을 떠돌았던 캐나다 청년 기 랄리베르가 아코디언 연주와 입으로 불을 내뿜는 기술을 익힌 뒤 1984년에 창단한 태양의 서커스는 20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5,000명의 단원을 거느리고 전세계를 순회공연하며 8,000만명이 넘는 구경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