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래원 5

가장 보통의 연애(블루레이)

김한결 감독의 '가장 보통의 연애'(2019년)는 남녀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은근한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다. 그 시작이 이별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고 뜻밖의 우연으로 운명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서 만남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재훈(김래원)은 연인과 충격적인 이별을 겪고 난 뒤 매일 술에 취해 마감한다. 그의 직장에 새로 들어온 선영(공효진) 역시 예상치 못한 이별로 회사를 옮겼다. 둘 사이에 이어질 것 같지 않은 끈은 우연한 술자리와 서로에 대한 동병상련, 호기심이 겹치면서 반전의 기미를 보인다. 이 과정을 영화는 유쾌하고 시원하게 풀어낸다. 두 주인공의 만남은 철없는 청춘남녀의 닭살 돋는 연애도 아니고 세상사에 찌든 중년의 곰삭은 거리재기도 아니다. 현재 상황을 깔끔하게 인정하는 적당히..

롱 리브 더 킹(블루레이)

버드나무숲이 그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강윤성 감독의 영화 '롱 리브 더 킹'(2019년)은 목포의 유명한 조폭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이야기다. 목포 건달 장세출(강래원)은 어느 날 용역 깡패를 동원한 철거 현장에서 철거민들 편에 서서 투쟁하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때부터 장세출은 본업인 깡패짓을 때려치우고 여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개과천선한다. 산동네 독거노인의 변소를 치우는가 하면 식당 주방일까지 한다. 그러던 중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했던 황보윤(최무성)이 다치면서 졸지에 장세출이 국회의원 후보가 된다. 상대는 보수 정당의 3선 의원 최만수(최귀화)다. 검사 출신 최만수는 당선을 위해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는 등 수단을 가리지..

프리즌 (블루레이)

나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프리즌'(2016년)은 살인, 마약 밀수 등 각종 범죄의 진원지가 알고 보니 교도소였다는 깜찍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한석규)가 재소자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조종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주범이 사회가 아닌 교도소에 갇혀 있다 보니 수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죄수는 오히려 교도소를 아지트삼아 바깥세상에 있는 것보다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낸다. 어찌 보면 법의 보호를 받는 셈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완 경찰(김래원)이 죄수의 신분으로 위장 잠입해 범죄의 전모를 캐는 내용이다. 간혹 외신에서 중남미 마약왕들이 감옥에서 호화롭게 편안하게 지내며 각종 범죄를 교사한다는 뉴스를 더러 봤다. 하지만 치안 부재의 중남이에서나..

강남1970 (블루레이)

유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며 기획한 거리 3부작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 편에 해당한다. 1970년대 서울의 강남 개발 붐을 타고 이권에 눈이 먼 정치가들과 조직 폭력배들이 불나방처럼 달려 들어 충돌하고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 등 3부작의 앞 이야기들이 개인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작품은 강남 개발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저변에 깔아 놓은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과정을 농밀하게 그리지 못하고 두 깡패의 피비린내 나는 충돌만 부각시킨 듯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과정은 마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카지노'를 연상케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개발 과정에 뛰어든 갱단 패거리들이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과정이 많이 닮았다...

...ing

영상원 1기 졸업생 이언희 감독의 데뷔작 '...ing'(2003년)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여고생과 엄마, 그리고 아래층 청년 사이에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랑을 담았다.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 다분히 소녀 취향의 멜로물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소소하게 흘러간다. 스토리는 그렇더라도 소녀가 죽는 이유나 인물들의 관계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옥탑방 고양이'로 뜬 김래원과 '장화, 홍련'의 임수정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말고 이렇다 하게 끌리는 것이 없는 작품.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투명하지 못하다. 필터를 사용한 색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해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잔잔한 편. 서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