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의성 10

더 킹(블루레이)

한재림 감독의 '더 킹'(2017년)은 개봉 시점이 지금이라면 논란이 됐을 만한 작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조사 때문에 정치 검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 검찰 이야기다. 정치권에 줄을 잘 서서 자신들의 입신과 양명을 위해 매진하는 검찰들을 통해 검찰 공화국이 무엇인가 잘 보여주는 영화다. 내용은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된 태수(조인성)가 검찰 내 실세인 선배들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권력의 맛에 취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태수가 권력의 핵심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몸담게 된 극 중 전략부는 검찰의 특수부를 빗댄 부서다. 전략부의 핵심인 한강식(정우성) 부장과 양동철(배성우), 태수..

강철비 (블루레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인 요즘 남북경협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른 조치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원래 핵 무기 보유국의 비핵화 조치는 선택지가 많지 않아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선택 가능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핵 무기 보유국이 해당 무기를 스스로 폐기하는 방법과 주변 국가에서 핵 무기를 보유해 핵 억제력을 확대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피해야 할 최악의 수단이 공격 등 여러 압박을 통한 강제 폐기 조치다. 우리는 당연히 북한이 스스로 핵 무기를 폐기해 이 땅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에 걸쳐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보니 쉽지 않다. 양우석 감독은 웹툰 등으로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한 끝에 영화 '강철비'(2017년)를 내놓았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8번째 장편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년)은 말에 대한 영화다. 사람들 사이에 퍼진 소문과 잘못 전달된 말, 거짓말과 진실 등이 뒤섞이며 빚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애인(이유영)이 금주 약속을 어기고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는 소문을 들은 주인공(김주혁)은 애인과 다툰뒤 그만 헤어지고 만다. 주인공은 아쉬운 마음에 애인을 찾아가지만 찾을수가 없다. 그 사이 주변 사람들은 주인공의 애인을 여기저기서 만난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아보지만 정작 애인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아니, 쌍둥이여서 그런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 사이 여인은 여러 남자들을 만난다. 나중에는 주인공도 애인이 아니라고 우기는 애인과 똑같이 생긴 여인을 만난다. 영화는 ..

부산행

좀비 영화의 묘미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좀비들을 피해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살아남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맥을 잘 짚었다. 오로지 추격전에만 집중해 좀비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렸기 때문. 어떻게 좀비가 됐으며 어떻게 해결하는 지 군더더기 같은 얘기들을 모두 잘라내고 사람과 좀비의 추격전에만 집중했다. 좀비의 등장은 간단한 인트로 컷으로 처리했고 해결 과정은 관객의 상상에 맡겼다. 특히 이 작품은 부산행 KTX라는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삼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달리는 기차라는 폐쇄공간을 이용해 마구 몰려오는 좀비떼의 공격을 극대화한 것. 어떤 인물들이 기차에 타고 있으며 이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간략한 장면들만 설명..

영화 2016.07.30

암살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에 유명한 어린이 잡지가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고 육영수가 1967년 창간한 '어깨동무'다. 20년 뒤인 1987년 종간됐는데, 당시 '소년중앙'과 더불어 꽤나 유명했던 어린이 잡지였다. 이 잡지에 연재된 만화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첩보원 36호'다. 1960년대 스포츠 만화로 유명했던 백산(본명 최일부)이 그린 이 만화는 일본 강점기 시절 임시정부의 첩보공작조 활약을 다뤘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백산이 선 굵은 필체로 그려낸 거친 사나이들의 활약이 어찌나 강렬했던 지 지금도 제목을 잊지 못한다. 이 작품은 원래 이이녕의 대하장편소설이 원작인데 소설보다 만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 2010년에 만화가 재간된 적이 있고 5권의 원작소설도 이후..

영화 201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