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주혁 5

독전(4K 블루레이)

배우 김주혁의 유작으로 알려진 이해영 감독의 '독전'(2018년)은 2013년 두기봉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마약전쟁'이 원작이다. 하지만 경찰이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마약상과 손잡는 기본 설정만 같을 뿐 내용 전개는 다르다. 이 작품은 이름과 얼굴 등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아 유령으로 통하는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을 쫓는 경찰(조진웅)의 얘기다. '이선생'으로만 알려진 두목을 잡기 위해 경찰은 밀매 조직의 말단 중개상(류준열)과 손잡고 복잡한 위장 수사를 펼친다. 문제는 마약 밀매 조직조차 이선생의 정체를 몰라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중국의 거대 마약상(김주혁)까지 개입하면서 잔인하고 복잡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결정적으로 '중개상의 도그마'에 빠져 있다. 위장 수사를..

공조 (블루레이)

북한은 참 좋은 영화 소재다. 대결의 상대나 화해와 협력의 상대 등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액션부터 드라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변주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북화해 분위기를 타고 '강철비' '브이 아이 피' 등 서로 협력을 다룬 영화들이 여러편 나왔다. 김성훈 감독의 '공조'(2016년)도 그런 영화다. 북한에서 사람을 죽인뒤 달러를 위조할 수 있는 동판을 들고 서울로 달아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김주혁)를 잡기 위해 특수부대원(현빈)이 방한 사절단에 섞여 내려온다. 양국 정부간 사전 교감에 따라 남한 형사(유해진)가 현빈과 협력해 공조 수사를 하게 된다. 남북한 형사들이 서로 협력해 범인을 잡는다는 설정이 특이하고 신선하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사건 전개는 도식적인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8번째 장편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년)은 말에 대한 영화다. 사람들 사이에 퍼진 소문과 잘못 전달된 말, 거짓말과 진실 등이 뒤섞이며 빚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애인(이유영)이 금주 약속을 어기고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는 소문을 들은 주인공(김주혁)은 애인과 다툰뒤 그만 헤어지고 만다. 주인공은 아쉬운 마음에 애인을 찾아가지만 찾을수가 없다. 그 사이 주변 사람들은 주인공의 애인을 여기저기서 만난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아보지만 정작 애인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아니, 쌍둥이여서 그런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 사이 여인은 여러 남자들을 만난다. 나중에는 주인공도 애인이 아니라고 우기는 애인과 똑같이 생긴 여인을 만난다. 영화는 ..

싱글즈 (블루레이)

9자가 들어가는 나이는 왠지 불안하다. 인생의 10년 단위가 저무는 것이지만 1999년처럼 왠지 한 시대가 끝나는 느낌이 든다. 특히 29세라는 나이는 그런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더러 20대와 30대의 언저리에서 마치 파릇파릇한 청춘의 20대를 흘려 보내고 아저씨 아줌마가 되는 30대로 접어드는 공포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오죽했으면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다 나왔을까. 일본의 유명 드라마 작가 카마타 토시오는 바로 이 불안한 '29세'를 놓치지 않았다. 29세의 패션업체 여직원은 생일에 남자에게 채이고, 원형 탈모증이 생겼으며, 꿈꿨던 파리컬렉션에도 후배에게 밀려 가지 못한다. 카마타 토시오는 잔뜩 꿈에 부풀지만 제대로 이뤄지는게 없는 불안한 29세의 격정을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

방자전 (블루레이)

'음란서생' '방자전'으로 이어지는 김대우 감독 작품의 묘미는 기발한 비틀기에 있다. 점잖은 양반들을 음란 소설 작가로 둔갑시킨 '음란서생'에 이어 '방자전'(2010년)에서는 진정한 로맨스의 주인공을 하인인 방자로 바꿔 놓았다. 헛웃음 나올 법한 황당한 설정이지만 그럴 법 하다는 개연성을 부여한 것은 탄탄한 구성이다. 양반이나 하인이나 똑같은 사람인데 어찌 미인을 보고 느끼는 사랑이 다를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이도령과 방자, 춘향과 향단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고도의 심리 로맨스가 돼버렸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은 김대우 감독의 비틀기다. 이도령은 유희 같은 사랑과 출세를 위해 여인을 이용하는 양반으로, 춘향 역시 팔자를 고쳐보기 위해 남자를 노리는 여인네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