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지수 2

완벽한 타인(블루레이)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2018년)은 연극적인 영화다. 한정된 무대와 등장인물들이 쉼 없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변주하는 형식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내용은 성공한 의사 부부의 집들이에 초대된 친구들이 휴대폰을 꺼내놓고 통화와 문자 등을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당연히 휴대폰 안에 숨겨 놓은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엉뚱한 오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과정이 때로는 긴장을 유발하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며 어느 순간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가 갖고 있는 응집력이 대단하다. 다양한 장소나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 한정된 공간에서 소수의 배우만 갖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원작의 ..

여자, 정혜

이윤기 감독의 작품은 호흡이 긴 유럽 영화에 가깝다. '멋진 하루'도 그렇지만 그의 장편 데뷔작인 '여자, 정혜'(2005년)는 더더욱 찬찬한 시선의 영상이 긴 호흡으로 펼쳐진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여자 정혜(김지수)의 일상을 따라가는 영화는 숏과 숏 사이를 긴 침묵이 메우고 있다. 주인공 정혜의 차분한 시선으로 풍경과 사물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영상은 그만큼 할리우드 스타일의 빠른 커트에 익숙해 있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 불쑥 카메라를 들이댄 것 처럼 무심한 영상이 시종일관 펼쳐진다. 그만큼 세심한 표정연기가 필요해 배우들이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연기가 아닌 것 처럼 가장하는 연기가 가장 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