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형구 7

그 후(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그 후'(2017년)는 마치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내용은 출판사 사장과 여직원의 불륜 관계를 다뤘다. 아내와 딸이 있는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은 여직원 창숙(김새벽)과 사랑에 빠진다.두 사람은 봉완의 아내 몰래 밀회를 즐기지만 창숙이 관계에 부담을 느껴 출판사를 그만두면서 끝난다. 그의 빈자리를 새로 뽑은 여직원 아름(김민희)이 메운다.하지만 아름은 출근 첫날 사장의 아내와 맞닥뜨리며 봉변을 당한다. 아름을 사장의 내연녀로 오해한 사장의 아내는 아름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폭력을 행사한 것.봉완은 아내를 만나 오해라고 항변했지만 아내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출판사를 떠났던 창숙이 봉완을 잊지 못해 돌아오면서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홍 감독은 한마디로 ..

밤의 해변에서 혼자(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여배우 김민희와 감독의 스캔들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다. 김민희가 연기한 주인공 영희는 공교롭게 현실처럼 유부남인 감독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용과 현실이 겹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극 중 여주인공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겠다는 다짐이 마치 힘든 현실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내포하는 듯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스캔들과 작품을 굳이 연결시켜 보지 않으면 작품 속 여주인공의 힘든 사랑이 올곧게 부각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스캔들 때문에 유럽으로 떠난 여주인공이 자신을 추스르는 내용이고 ..

부러진 화살 (블루레이)

2007년 최고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교수가 판사를 향해 석궁을 겨눈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서 김명호 교수의 석궁사건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사건의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균관대 수학과의 김명호 교수가 성대의 본고사 채점 도중 수학 문제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하지만 같은 수학과 교수들은 동료 교수가 출제한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의 명예가 실추된다며 오히려 총장에게 김 교수를 징계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김 교수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하고 재임용마저 실패했다. 이에 김 교수는 복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대한수학회와 고등과학원 등에 문제 오류 여부를 가려달라고 조회했으나 모두 답변을 거절했다. 오히려 해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4번째 작품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년)을 보면 프랑스 사람들이 홍 감독 작품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뜻밖에도 프랑스 가수 제인 버킨이 깜짝 출연한다. 배우이자 가수인 그는 프랑스 샹송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마치 소녀가 속삭이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로 읊조리듯 부르는 유명한 노래 'Yesterday Yes a Day'를 들어보면 그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67세 할머니여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젊은 시절에는 아주 예쁜 패션모델 같은 외모로 이름을 날렸다. 역시 유명 가수인 세르주 갱스부르와 결혼해 낳은 딸 샤를르 갱스부르 또한 배우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 버킨이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는 홍 감독의 전작인..

박하사탕 (블루레이)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후, 철로 위에 올라 선 설경구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며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의 인상이 어찌나 강렬하던 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년) 하면 우선 떠오른다. '초록 물고기'로 감독 데뷔한 이창동 감독이 두 번째로 만든 이 영화는 설경구가 연기한 영호라는 인물이 겪은 20년을 다루고 있다. 1979년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1999년까지 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 한 인물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를 위해 각본을 직접 쓴 이 감독은 영호의 죽음부터 과거로 시간을 되짚어 올라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다.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방식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