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누아르 5

캐시트럭(블루레이)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과 제이슨 스타뎀(Jason Statham)은 매력적인 조합이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에서 두 사람은 환상의 조합을 보여줬다. 가이 리치 감독은 스타뎀의 투박한 매력을 알아봤고, 스타뎀은 리치 감독이 창조한 엉뚱하면서도 좌충우돌의 도발적 캐릭터를 잘 살렸다. 그렇기에 리치 감독이 연출하고 스타뎀이 주연한 '캐시 트럭'(Wrath of Man, 2021년)도 충분히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기대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럽다. 내용은 현금 수송 차량을 노린 무장강도들에게 아들을 잃은 아버지(제이슨 스타뎀)의 복수를 다뤘다. 아버지는 경찰도 찾아내지 못한 범인들을 잡기 위해 현금 수송 회사에 위장 취업해 범인 색출에 나선다. 공교롭게 그가 호송을 맡은 ..

악의 손길(블루레이, 감독판)

국내에서는 '검은 함정'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오손 웰스(Orson Welles) 감독의 흑백 영화 '악의 손길'(Touch Of Evil, 1958년)은 비운의 걸작이다. 자신의 연출력을 과신했던 오손 웰스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떨어져도 작품을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고른 작품이 이 작품이었다. 오손 웰스는 중요한 배역인 퀸란 형사를 맡는 조건으로 적은 보수만 받고 출연과 연출까지 했다. 당시 몇 년 간 유럽에 머물며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던 오손 웰스는 어떻게든 이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손 웰스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시나리오를 연출 현장에서 몇 번씩 다시 고쳐 썼다. 비운의 저주 받은 걸작 그렇게 해서 당대..

머더리스 브루클린(블루레이)

추리 소설사에 보면 희한한 탐정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 어니스트 브라머가 쓴 '브룩벤드 주택의 비극'에 등장하는 맥스 캐러도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고, 앨러리 퀸의 'X의 비극'과 'Y의 비극'에 나오는 명탐정 드루리 레인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클레이튼 로슨의 대표작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에 나오는 멀리니는 마술사 탐정이며,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에드 맥베인이 커트 캐넌이라는 필명으로 쓴 '주정뱅이 탐정'의 주인공 커트 캐넌(작가와 이름이 같다)은 제목 그대로 술주정꾼이다. 심지어 아일랜드의 JB 오설리번이 쓴 '홀린 죽음'에 등장하는 탐정은 유령이다. 독특하기로 따지면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2019년)의 주인공 라이어넬(에드워드 노튼)도 뒤지지..

지존무상 (블루레이)

1980년대 말 큰 인기를 끈 홍콩 누아르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웅본색' '첩혈쌍웅'류의 액션물, 또 하나는 '지존무상' '정전자'로 대표되는 도박물이다. 물론 도박물 또한 총싸움과 주먹다짐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도박이 메인 스토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에 남자들 간의 의리, 사랑과 우정을 위한 처절한 복수 등은 액션물과 도박물을 가리지 않고 기본으로 가져가는 홍콩 누아르의 공통점이다. 홍콩 누아르 중 도박물의 효시가 된 작품이 바로 1989년 국내 개봉한 왕정, 향화승 감독의 '지존무상'(至尊無上)이다.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두 명의 도박사가 일본 갱단과 일생일대의 도박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도박을 이용한 반전 스토리와 유덕화의 매력이다. 다른 도박류와 달리..

LA 컨피덴셜(블루레이)

커티스 핸슨 감독의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 1997)은 한 편의 잘 만든 추리소설 같다. 1950년대 유행했던 범죄 수사물처럼 미국판 누아르를 지향하는 이 작품은 LA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용의자에 대한 폭력을 불사하는 거친 형사들의 이야기는 더쉴 해미트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게, 팀을 이뤄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 모습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정교한 플롯을 유지하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두 가지, 캐릭터의 개성을 확실하게 살린 캐스팅과 탄탄한 각본이다. 러셀 크로와 가이 피어스, 케빈 스페이시 등 3명의 배우가 확연하게 스타일이 다른 3명의 형사를 맡아 맛..